?/1000(1)
Dec 16, 2024

11월의 어느 야심한 밤. 시계 바늘이 자정을 향할 때쯤 익숙한 얼굴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인근 카페 사장님들이 각자 가게 마감을 마치고 모임 장소에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거, 뭔가 평소와 분위기가 다릅니다. 서로 오랜만에 봐서 반갑긴 한데, 어쩐지 다들 얼굴이 어두워 보입니다.

"근데 이거, 될까요..?"
"글쎄...요?"
"되겠죠. 될 거예요!! 우리 해봤잖아요. 걱정 마세요!"
"아... 왠지 불안한데..."
"음, 그래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게 어떠ㅅ..."

이제 2024년도 마지막. 올해가 가기 전에 다같이 뭐라도 해봅시다, 좋은 일 한번 해봅시다!......하고 의견은 모았지만 문제는 각론에 있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할 것이냔 것. 안 그래도 정신없는 12월, 시간도 촉박한데 맨 땅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일이다 보니 다들 신경이 바짝 곤두선 느낌입니다.

그렇게 긴 시간 갑론을박이 이어졌고 프로젝트가 이리저리 깎이며 서서히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토론이 무르익으며 발언 수위도 덩달아 뜨거워졌습니다. "그건 좀 별로 같은데요?" "아니, 의견은 안 내면서 별로라고만 하면 안 됩니다. 구체적으로 의견을 내세요!" 여러 지점에서 첨예한 대립이 있었지만, 이번 프로젝트의 뼈대, 즉 '뭔가 팔아서 그 돈으로 좋은 곳에 기부해 보자'는 알맹이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프로젝트 비주류 세번째 에피소드는 기부, '연탄 기부 프로젝트'입니다.

아이디어는 간단합니다. 2024년의 마지막날(31일)까지 비주류 7개팀이 직접 디자인한 엽서를 오프라인으로 판매합니다. 목표는 1000장. 엽서 한 장이 팔릴 때마다 연탄 한 장이 기부되는 겁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앞으로 모집할 자원봉사자분들과 함께 1월 어느 주말 아침 예정된 연탄나눔으로 마침표가 찍힐 예정입니다.

물론 다른 혜택도 있습니다. 7개 엽서를 다 모으면 5개 매장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커피 쿠폰과 앞으로 저희가 만들 에피소드 영상 마지막 기부자 명단에 이름이 실리게 됩니다.(혜택은 높은 확률로 좀더 생길 겁니다..)

채택되진 못했지만 저는 이번 프로젝트 타이틀을 "가시화visualization"라고 붙이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좋은 사람이고 싶습니다. 따뜻하고 이타적인 사람이길 바랍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나만의 온기는 온도계 없이 외부에선 결코 느낄 수 없는 것입니다. 이 프로젝트가 대구라는 공간을 재보는 일종의 온도계가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진심으로, 결과가 궁금합니다. 이번에도 저희 내부에서는 낙관보다 비관이 더 많습니다. 솔직히 저 역시 그렇습니다. 불안합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앞선 에피소드 1(팝업스토어), 2(예술 전시)와 달리 꽤나 정적靜的입니다. 이런 정적인 움직임으로 얼마나 사람들 이목을 끌 수 있을지, 어떻게 참여를 독려할지 솔직히 막막하고 잘 모르겠습니다. '?/1000' 에피소드 타이틀에 굳이 물음표를 집어넣은 건, 저희도 정말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겠단 뜻도 담겨 있습니다.

엽서 판매량은 31일까지 매일 각자 인스타 계정에 업데이트 될 예정입니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지도, 모두의 우려처럼 폭삭 망할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일일연속극 보듯 느슨하지만 꾸준한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에피소드 3와 관련한 연재는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틈틈이 올릴 예정입니다. 다음화에선 왜 하필 연탄인지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omanceyouthlove_daegu
@yoorak_coffee_roasters
@kitsune.openminded
@cafe_dongsung
@aon.de.aeon
@h.a.c.h.a.c
@h1foryou

YOORAK_GALLERY:DDo3JwizASm.jpg

Universe Discovery 우연한 사유와의 만남
Loading nodes...
Node Map 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