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님, 사실 나중에 정치 같은 거 하시려는 거 아닌가요?"
조금은 시간이 된 이야기입니다. 멋모르고 날뛰던 2년차 기자 시절. 뒤틀리고 삐딱하고 일그러진 심성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경찰팀에 있다보니 툭툭 튀어나오는 말들이 늘 날이 서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염형국 변호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공익변호사'입니다. 우연찮게 만난 저녁 자리에서 그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로펌 말고 공익변호사 쪽을 선택한 게 사실은 도덕적 자산을 쌓아 다른 쪽으로, 이를테면 나중에 정치적으로 활용하시려는 거 아닌가요?"
네, 당시 말하면서도 느꼈지만 자못 무례한 질문이었습니다. 다만 악의는 없었습니다. 대학 시절 공부했던 법사회학 탓이었습니다. 미국에서는 로스쿨 졸업생들이 공익변호사로 도덕적 자산을 쌓아 정치권으로 진출하는 게 하나의 경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버드 출신 인권변호사 버락 오바마가 대표적인데, 쉽게 말해 '당신도 그런 거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이었습니다.
순수 궁금증과 술기운, 그 시절 특유의 건방짐이 뒤섞여 툭 튀어나온 질문이었던 셈입니다. 허허 웃으며 넘어가려는 그에게 집요하게 대답을 요구했고, 잠깐의 고민 끝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런 사람도 물론 있겠죠. 하지만 저는 우리 사회 공익과 인권의 가치가 돈이나 명예, 권력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기자님은 제가 어떤 말을 해도 믿으려 들지 않을 겁니다. 제가 지금까지 걸어온 행보, 앞으로 보여줄 모습들이 대답을 대신할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어떤 길을 가는지 계속 지켜봐주시면 될 거 같네요."
이때를 계기로 염 변호사님과 널찍한 지면 인터뷰도 하고 대구에 내려오기 전까지 가끔 안부도 묻고 각종 행사도 참여하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가볍게 무시했을 법도 한데 대단한 아량과 관용을 가진 분이었던 셈입니다.
그 말이 아직 귓가에, 입안에 맴돌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때 들은 이 말이 제 인생경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릅니다. 염 변호사님은 그러고 지금까지 여성과 장애인, 사회적 약자의 권익향상을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자기 말의 진정성을 본인 삶으로 증명하고 있는 겁니다.
대구 청년 아티스트 @8p_huyn 와 협업해 굿즈를 제작해 팔고 수익을 아티스트가 원하는 단체에 기부하는 첫 <프로젝트 PIECE>가 종료되었습니다. 한 달반 동안 거둔 수익금은 총 60만원. 아티스트와 협의해 30만원씩 대구청소년창의센터와 산불피해복구모금에 각각 전달되었습니다.
유락yoorak은 공동체에 대한 기여를 위해 만들어진 프로젝트 브랜드입니다. '유락'이란 이름을 좀더 많은 사람이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됐습니다. 삶을 증거로 계속 증명해보이겠습니다.
- 원문: https://www.instagram.com/p/DIArc0ZzYTw/
<프로젝트 피스 시리즈>
『프로젝트 PIECE』를 시작합니다
무용성의 유용함
키링 사세요
인간의 욕망은 결코 충족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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