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이 지났습니다.(2/3)
'불나방'.
내년에 한번 써볼까 하는 논픽션 제목입니다. 해보니 알겠습니다. 카페 이거, 사람이 할 짓(?) 아닙니다. 겉만 화려하고 고상해 보일 뿐, 실상은 곪고 썩고 문드러져 코를 찌르는 악취만 그득합니다.
그것은 불과 죽음의 냄새입니다. 매일 하나씩 예쁘고 화려한 카페가 생기는 까닭은, 그만큼 예쁘고 화려한 카페들이 매일 두개씩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아무렇게나 장사를 시작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렵다는 걸 잘 알면서도 나는 아닐 거라고, 나는 저들과 다르다고, 나는 성공할 거라고, 저마다 청사진을 그렸을 겁니다. 그래서 빈 창에 붙은 "임대문의"의 서사는 개별적이지만 보편적입니다. 일렁이는 불꽃에 현혹된 불나방의 운명은 사실 불 보듯 뻔한 겁니다.
남들이 어떻다 얘기하려는 게 아닙니다. 이것은 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불꽃에 살갗이 닿아보니, 그제서야 '아차' 싶었습니다. 지난 6개월은 오판誤判의 무수한 증거들을 몸으로 체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중 몇가지 꼽아봤습니다.
100
"이 브랜드의 가치와 철학에 공감하는 팬 100명만 모으자"는 목표(<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유락의 목표는 "핫플"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6월28일자 게시글 참고)는 이 프로젝트의 정체성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심플했습니다. 저에게 이곳은 낯선 땅. 더 뾰족해야 살아남는다, 수십수백억 매출을 노리는 IT프로덕트도 초기엔 '1000명 모으기'에서 출발한다, 그러니 여기정도면 100명으로 충분할 거다, 그 100명을 위해 더 뾰족하게 방향성을 가다듬자. 즉, 스타트업식 접근이었던 셈입니다.
온,오프라인은 문법 자체가 달랐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수시 접근이 가능한 온라인 프로덕트와 달리, 오프라인은 아무리 그 공간이 맘에 들어도 한 달에 1~2번이면 많이 들른 걸겁니다. 지속가능성의 관점으로 봤을 때 '100명'은 말도 안 되게 적은 숫자였습니다. 더구나 이곳은 낮 유동인구가 '0'에 수렴하는 최악의 입지.(어떤 날은 저녁 늦게까지 커피 딱 1잔만 나간 적도 있었습니다) 이 공간에 몰입하는 유저들이 늘어난다는 점은 당연히 긍정적이었지만, 그것이 곧바로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뼈아픈 대목이었습니다.
모각
대구나 서울이나 청년들이 즐기고 필요로 하는 건 다 똑같다, 여기는 수십억 투자를 유치한 "트레바리"나 "넷플연가" 같이 잘 짜여진 커뮤니티 스타트업이 없으니 제대로 뭔가 만들면 사람들이 금방 몰릴 것이다, 보았습니다. 관건은 기획과 모임장 퀄리티. 막연히 서울에서 근사한 커리어를 가진 지인들을 데려와야겠다, 그러면 충분히 유저들이 납득하지 않을까란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습니다. 모각의 첫 모임인 '실패공유회' 호스트 D 역시 그런 맥락에서 섭외한 거였고, 몇몇 유능한 개발자들, 기자, 작가들에게도 미리 언질을 해놓기도 했습니다.
아무런 연고도 없이, 맨입으로 유료 모임을 만들겠다는 건 사실상 도둑놈 심보나 다름 없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심드렁했고, "여기, 이거 어때요?" 외침이 닿는 곳은 좁았습니다. 막상 서울에서 호스트를 불러보니 이동시간이며 숙박 문제며 식비며 이 모두를 시스템화하긴 현실적으로 무리였습니다. 호스트는 내가 하든 여기서 어떻게든 해결하자 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했고, 첫 한줌(고정 멤버)을 만드는데 집중하게 됐습니다. 저게 진짜 재밌는지, 정말 사람들이 몰리는지 자기 눈으로 직접 확인할 때까지 사람들이 요지부동이란 점도 새롭게 깨달은 점입니다.
인스타
사실 유락은 가오픈 때까지도 인스타 계정이 없었습니다. 이 계정은 이런 사정(?)을 딱하게 여긴 카페 인플루언서 디피가 저를 옆에 앉혀놓고 손수 만들어준 겁니다. 네, 지도도 그렇지만 인스타 역시 애초 계획에 없었던 겁니다. 내가 이 공간과 내러티브를 잘 다듬는다면 숨겨지고 차단된 비밀스러운 인상, 하늘에서 뚝 떨어진듯한 낯설고 신비로운 공간성이 호기심을 자아낼 테고, 결과적으로 인스타 같은 SNS 홍보를 대체할 수 있을 거라고 봤습니다.
오판이었습니다. 말하지 않으면 모릅니다. 당연한 얘깁니다. 아니, "제발, 제발 저 좀 알아주세요!!" 눈 앞에서 고래고래 외쳐도 사람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글이며 모임이며 저를 드러내기에 더이상 주저하지 않게 된 까닭입니다. 또 글이 길어졌습니다. 그밖에도 몰라서 두들겨 맞은 일이 수두룩합니다. 그야말로 불나방 그 자체. 기회 있을 때 더 써보겠습니다.
- 원문: https://www.instagram.com/p/DCvld-8z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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