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팝업 회고
Aug 19, 2024

반성합니다.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고 관심도 없어졌겠지만 아무튼 스스로 반성합니다. 얼마 전 열린 '비주류 팝업' 이야기입니다.

첫째, 뾰족하지 못했습니다.

훨씬 더 뾰족했어야 했습니다. '자기소개'라는 키워드를 내세운 만큼 우리가 누군지, 뭘 말하려 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치열하게 얘기했어야 했습니다. '짠~!' 하고 나타나 그럴싸 해보이는 물건을 촤라락 펼쳐보인 뒤 한몫(?) 잡고 뜨는, 그런 평범한 팝업 느낌이 강했습니다.

기획단계에서 비주류 팀원들과 <공간기획자 최원석 : ‘이 말’이 나온다면, 실패한 팝업입니다>(롱블랙) 같은 아티클을 여러개, 다같이, 꼼꼼히 읽었습니다. "우린 절대 그러지 말자"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거듭 다짐했건만 막판에 주객主客이 전도되고 말았습니다. '팝업'이라는 단어가 가진 아우라에 눌려 스스로를 가둬버렸습니다. 반성합니다.

둘째, 안일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처음이었다" "밥벌이의 고단함이 있었다" 등 변명의 여지는 있겠습니다만, 아무튼 저 포함 모두가 안일했습니다. 막판 몰아부치듯 준비하는 바람에 정작 신경써야 할 '자기소개' 파트가 약해졌습니다. 저희 같은 경우 팝업 당일 새벽 4시 넘어서까지 바나나푸딩과 드립백 세트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눈밑이 검어지고, 흰자에 실핏줄이 터졌습니다. 뇌세포의 움직임이 정지됐습니다. 더 일찍, 더 치밀하게, 더 차근차근 준비했어야 했습니다.

애초 기획했던 소개 팜플렛까진 아니었어도 중간쯤 얘기가 나왔던 qr코드를 넣은 A4 용지라도 준비했어야 했습니다.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유락yoorak의 공간 철학(?)을 보여줄 수 있는 설치물(백남준 "TV부처" 오마주)은 아예 꺼내지도 못했습니다. 아쉬움이 큽니다. 반성합니다.

셋째, 친절하지 못했습니다.

공간 전체를 널찍이 조망하며 UI/UX적으로 좀더 치열하게 고민했어야 했습니다. 막연히 '유저가 먼저 말을 걸어주지 않을까?' '우리를 궁금해하지 않을까?' 바랐을 따름입니다. 어떻게하면 먼저, 자연스럽게, 무의식적으로 팝업을 찾은 유저들이 우리를 더 알고 싶어지게 할 지, 호기심을 갖게 할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할지, 고민했어야 했습니다. 매대만 놓는다고, 포스터 몇 개 붙인다고, '비주류'에, '유락'에 관심가질리 없었습니다. 오산이었습니다.

전체 회고에서 "각자의 부스에 새로운 사람이 찾아와 '너희는 누구세요?' 묻는 게 아니라, 이미 각자를 알고 있는 사람들만 찾아와 '저 왔어요!' 인사만 건네더라" 지적이 나왔습니다. 뼈아픈 대목입니다. 정작 자기소개가 필요한, 대상이 되는 유저들을 전혀 사로잡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막연히 '되겠지~' 생각했습니다. 반성합니다.

물론 "잘봤다", "(행사가 잘 이뤄진 것 같아) 축하한다"는 격려도 있었습니다. 찬찬히 잘 뜯어보면 이번 팝업으로 저희가 얻은 긍정적인 부분도, 성과도 있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지는 건 그만큼 더 이 프로젝트에 대한 애정이 커졌기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다음번에는 좀더 나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조만간 에피소드2의 시계가 돌아갈 것 같습니다. 에피소드2는 이 한 줄로 정리됩니다. "개천절에 신세계가 열립니다." 꾸준한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원문: https://www.instagram.com/p/C-1pLYqPsYd/

📚프로젝트 비주류 에피소드1
- 프로젝트 비주류를 시작합니다
- "낭젊사가 왜 비주류라는 거죠?"
- 휴먼어라운드커피, 씅
- 낭만젊음사랑, 나니
- 프로젝트 비주류 Ep1 : 자기 소개
- 유락의 정체를 공개합니다(1)
- 은전 한 닢(1/2)
- 은전 한 닢(2/2)
- TINA
- 대구의 맛
- 비주류 팝업 결과
- 비주류 팝업 회고
- 비주류 에피소드1 종료
- 시詩 삽니다, 자초지종은 이렇습니다
- 작당모의 중 (준비 영상)
- 비주류 ep1 작당모의 (준비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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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verse Discovery 우연한 사유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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