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다큐를 보면 얻을 수 있는 게 몇 가지 있습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여러 방면에서 '아는 척'을 좀 할 수 있게 됩니다.
우선 예술에 대해, 적어도 '위작'에 대해선 아는 척이 ̶̶쌉̶가̶능̶ 가능해집니다. 다큐에서 다루는 '노들러 스캔들'은 미국 뉴욕의 레전드 화랑 노들러 갤러리가 장장 13년 동안 위작 60여개를 판매한 사기 사건을 말합니다. 그렇게 이 갤러리가 얻은 수익은 자그마치 8,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000억원이 넘습니다.
이 사건은 미국 최대 규모, 아니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도 유례 없는 예술품 사기입니다. 그 바로 아래가 피해 규모 4,500만 유로(600억원)인 '볼프강 벨트라치 스캔들'(2010)이니, 덩치가 거의 두 배쯤 되는 셈입니다. 그러니 친구와 예술전시에 갔을 때 "음.. 너 혹시 노들러 갤러리라고 아니? 2011년 165년 만에 문을 닫은 뉴욕의 초특급 갤러리인데 말야.." 하고 슬쩍 꺼내기에 아무런 손색이 없습니다.
"내가 왜 그랬을까ㅠㅠㅠ..." 충동구매로 카드값 폭탄을 맞은 직장 동료에게 사뭇 유식하게 위로를 건넬 수도 있습니다. 이 사건 피해자 중에는 도메니크 드 솔레, 그러니까 하버드 법대 출신 변호사이자, 명품 브랜드 구찌 회장을 지낸 인물도 있었습니다. 더구나 이 사람, 글로벌 미술 경매 기업 '소더비' 회장이기도 합니다.
그런 그가 별다른 정품인증(?)이 없는, 구린내가 솔솔 나는 로스코 위작을 무려 120억원이나 주고 산 겁니다. 우연히 슥 한번 훑어본 게 전부인데 말입니다. 위작임이 탄로난 이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아주 악착 같이 노들러 쪽을 괴롭힌 걸 보면 그가 평소 주체할 수 없이 돈이 많아 아무렇게나 펑펑 쓰는 그런 인물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네, 그의 모습은 우리의 충동구매 행태와 꼭 닮아있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우리가 어리석은 게 절대 아닙니다. 인간이란 원래 그렇습니다. 잘 생각해보면 마트에서 g당 100원, 200원 차이를 꼼꼼히 살피는 사람들도 수천만원짜리 차를 구매하거나 수억원 상당의 집을 살 땐 '에이, 뭐 문제야 있겠어?!' 쉽게 합리화하고 쉽게 도장을 찍곤 합니다.
마지막으로 '사랑'에 대해 한마디 할 수 있습니다. 당시 노들러 갤러리 관장이자 이 사건 핵심 인물인 앤 프리드먼은 다큐에 본인등판(!!)해 "위작인 줄 꿈에도 몰랐다"며 스스로를 적극 변호합니다. 여러 정황상 사기꾼 냄새가 솔솔 나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기소조차 되지 않았고 현재 자기 이름을 딴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속는 셈 치고 그의 주장을 믿어준다면 프리드먼이 지은 죄는 "예술품을 지나치게 사랑한 죄"밖에 없을 겁니다. 뉴욕 미술품 포렌식 연구소 설립자 제프리 테일러는 쟁쟁한 컬렉터들이 위작을 사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건.. 사랑에 빠지는 것과 똑같은 과정입니다. 결점을 못 본 척하고 너그럽게 봐줍니다. 새로운 사랑에 빠진 사람이 상대의 결점을 못 본 척하듯 말이죠."
이 밖에도 다큐 속에는 어디 가서 요긴하게 써먹기 좋은 내용들이 꽤나 등장합니다. 1시간30분짜리 다큐 치고는 '가성비'가 쏠쏠한 셈입니다.
■제목:<당신의 눈을 속이다>(2020)
■장르:다큐멘터리
■일시:2025년 2월22일 토요일 모각넷
■크리스's SCORE: 3.5/5점
- 원문: https://www.instagram.com/p/DGfLwAEzt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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