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각작:기획자의 밤> 시즌3 간단, 뒤늦은 회고입니다. 더 지체되면 그쪽으론 고개도 안 돌릴 거 같아 부랴부랴 올립니다.
신기합니다. 이번에도 짜기라도 한 듯 다양한 분야 기획자들이 모였습니다. 힙합씬에서 활약하던 조명감독, 대형 포털 웹툰 작가, 커피 회사 로스팅 팀장, 촉망 받는 회화 아티스트, 데뷔를 앞둔 (부동산 업계) 도슨트, 미래의 마케팅 꿈나무...
좋았던 점보다 아쉬웠던 점을 꼬집는 데에 회고의 존재 가치가 있겠지만, 이번 모임에서 (호스트의 체력 이슈를 제외하고는) 아쉬웠던 점이 딱히 없었습니다.(참가자들 입장에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기획자의 밤의 장점이라면 '언어화'에 있을 겁니다.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던 어떤 느낌들을 나만의 언어로 포획하고, 재정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번 기획자 밤 주제는 "영감"이었습니다. 영감이란 다소 모호한 단어가 이번 모임을 통해 각자의 언어로, 이를테면 '서프라이즈 이벤트', '배설물', '물질을 관통하는 도구', '즉흥', '창작의 원동력', '동기', '스파크'로 정의될 수 있었습니다.
2부에서는 각자 과거에 했던 기획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눴습니다. 6시가 되어서야 대화가 마무리될 정도로 분야를 넘나드는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여기서 새삼 깨닫게 된 기획의 본질은, '길을 잃었을 때 얼굴을 찰싹 때려주는 것'이란 점이었습니다. 생각이 생각을 잡아먹고 과정이 목적을 압도해 '내가 왜 이걸 했던 거였지..?' 의도조차 흐릿해졌을 때 찬물 한 바가지 끼얹는 것이 기획이란 놈의 역할이었습니다.(혹시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면 다음 기획자의 밤에서 친절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예상보다는 시간이 살짝 넘치긴 했지만, 사전 질문을 좀 더 뾰족하고 타이트하게 가져간 효과가 있었습니다. 장장 7시간이 넘는 엄청난 모임이었지만 개인적으론 시간이란 물리법칙을 잠시나마 초월한 느낌을 받았습니다.(물론 이 역시 다른 참가자들 의견은 모릅니다)
아무튼 이제 기획자의 밤은 최소한의 골격은 갖춰진 듯 합니다. 이렇게 만난 대구 기획자들과 집단지성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해볼까 고민 중입니다. 내년에 돌아올 기획자의 밤이 기대됩니다. 앞으로도 많관부, 감사합니다.
- 원문: https://www.instagram.com/p/DDzBw2TzP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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