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락의 정체를 공개합니다(2)
Aug 11, 2024

알고 계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락yoorak은 카페가 아닙니다. 늘 그렇게 주장합니다. 누가봐도 평범한 카페입니다. 듣는 입장에선 뭐지? 싶을 겁니다. 어이가 없습니다. 스스로를 "업사이클링 브랜드"라고 주장합니다. 근간에 재발견, 재해석, 재생산이라는 사상과 철학(?)이 있다고도 주장합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요?

눈치 빠른 분들은 예상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락"이라는 이름에 알리바이가 있습니다. 있을 유有에 떨어질 락落. 즉, "모든 것에는 떨어짐이 있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중요한 건 그 이후다."라는 한 줄 해석에서 모든 것이 출발했습니다.

지난번 글에서도 얘기했지만 사실 이 프로젝트는 "돌아가신 할아버지 이름으로 브랜드를 만든다", "저절로 굴러가는 기부 시스템을 만든다"는 꽤 심플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모든 것이 거꾸로였습니다. 놀랍게도 구체적인 '아이템'이 없었습니다. 이름만 덩그러니 있었을뿐 그밖에 정해진 것이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등 뒤로 "그래서 뭘...?"이 칼든 강도처럼 쫓아왔습니다.

꼭 '유락'이라는 이름 해석이 아니었어도 방향성은 비슷했을지 모릅니다. 아니, 그랬을 겁니다. 저는 늘 버려지고 방치되고 외면되는 것들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런 것들이 보기좋게 역전하는 스토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런 건 얘기 안 된다"며 무시하고, 경시하고, 천시하는 사람들의 뒤통수를 탁, 때리는 데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지난해 기자 사회에서 소소하게 눈길을 모았던 <단독의숲>이라는 프로젝트가 그랬습니다. 일종의 기사 아카이브입니다. 10년 전, 20년 전, 멀리는 30년 전 탐사보도들을 모아서 볼 수 있는 곳을 만들어보자는 아주 단순한 발상에서 시작됐습니다. 기자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이런 탁월한 기사들이 존재했다는 사실만 알아도 무언가 달라질 거다, 인사이트를 줄 거다, 세상이 바뀔 거다, 생각했습니다. 짧게는 몇개월, 길게는 1~2년씩 공들인 기사들이 시체처럼 땅에 묻혀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거기서 가치를 발견하고 재생산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왜 이런 걸 (자기돈 들여) 만드느냐"는 사람들 물음에 "보기에 안타까워서"라는 대답 말고는 할 게 없었습니다.

"이름에서 출발했다"고 하니 가끔 우스갯소리가 돌아오기도 합니다. 할아버지 이름이 다른 뜻이었다면 어쩔 뻔 했냐는 겁니다. 제 이름처럼 나무 수樹가 들어있었다면 식물가게를 했을지도, 할아버지의 호呼인 바위 암巖자가 있었다면 조경용 돌을 파는 가게 사장이 되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어쩐지 철학적인듯, 낭만(?)이 깃들어 있는 듯한 할아버지 이름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누가봐도 카페처럼 보이는 공간을 만들어놓고 "이것은 카페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언뜻 인지부조화에서 비롯된 허황된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합다. 누군가에겐 헛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릅니다. 아니, 분명 그럴 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카페'라는 사슬에 발이 묶일 생각은 없습니다. '가치'를 말하고자 합니다. 사람들에게 "떨어짐, 그 이후를 보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재발견, 재해석, 재생산, 이 세 가지가 당신 앞에 놓인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거다" 말하고 싶습니다. 유락은 가치를 말하는 브랜드입니다. 제가 만들고자 하는 유락은 그런 것입니다.

  • 원문: https://www.instagram.com/p/C-hi0ThPk_X/

👀유락의 정체를 공개합니다
- 유락의 정체를 공개합니다(1)
- 유락의 정체를 공개합니다(2)
- 유락의 정체를 공개합니다(3)

YOORAK_GALLERY:C-hi0ThPk_X.jpg

Universe Discovery 우연한 사유와의 만남
Loading nodes...
Node Map 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