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행성동물 첫날 매출 '3500원'
Dec 09, 2025

유락의 두 번째 공간 프로젝트 <야행성동물>이 문을 열었습니다.

네, 한산합니다. 날이 추워 오히려 다행이랄까요. 무더운 여름이었다면 파리가 윙윙대며 떼지어 날아다녔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유락 처음 오픈할 때가 떠오릅니다.

가오픈 첫날, 딱 두 팀 왔습니다. 지난해 4월이었습니다. 철거부터 장장 4개월 넘는 긴 공사 끝에 마주한 대망의 첫 손님이 아마 오픈하고 5시간만에 왔을 겁니다.

"...안녕하세요, 주문은 이쪽에서.. 안녕하세요? 주문은 이쪽에서.. 안녕하세요!! 주문은 이쪽.."

전날 밤부터 당일 아침까지 이미지트레이닝과 함께 수십 수백번 연습했던 말인데, 막상 손님이 오니 입이 굳어 버벅댔던 기억이 납니다.(흡사 왼팔 왼다리가 함께 움직이는 로봇 같았을 겁니다)

충격이 아예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겁니다. 손님은커녕 그 흔한 개업 화분도, 축하해줄 지인이나 친구도, 사랑하는 사람도 거기에는 없었습니다.

오로지 혼자였습니다. 누구 탓할 게 없었습니다. 대구는 저에게 낯선 도시.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이 도시에, 별 고민 없이 "할아버지 이름을 세상에 떨치겠다"며 떵떵거리며 내려왔으니 어쩌면 마땅한 죗값을 치렀던 걸지도 모릅니다.

그나마 대구에서 친해져 공사까지 도와주던 동생이 하나 있었는데 그 역시 "차마 못 가겠다"며 끝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암만 봐도 아무도 안 올 거 같은데 그런 현실을 마주한 저를 보면 자기 마음이 아플 것 같단 이유였습니다. 전날 그 얘길 들었을 땐 '얘가 지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릴 하지?' 했는데 그게 정확한 현실이었습니다.

정적이 길어졌고 그 정적이 점점 더 공포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날의 저는 전속력으로 고독해졌습니다. 내가 혼자라는 걸, 이게 현실이고 진실이란 걸 그제서야 실감했달까요.

'3,500원'

첫날 매출입니다. 오픈하고 키링 하나 팔았으니 그날의 상황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아니, 어떤 면에선 그때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인 게 맞을 겁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이상하게 괴롭거나 고독하단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외롭지도 않습니다. 그동안 꽤 많은 분이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셨기 때문일 겁니다. 이제는 정말 가족이 된 고양이 홍철이도 있고, 대구에서 알게 된 지인도 제법 많아졌기 때문일 겁니다. 단골 손님으로부터 작은 화분을 선물받기도 했으니(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유락 시작에 비하면 꽤 융숭한 스타트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유락이 공동체와 공공성을 강조했다면 <야행성동물>은 저라는 개인에 보다 초점을 맞춰볼 생각입니다. 아마 제가 좋아하는 책, 제가 좋아하는 기획들로 공간이 가득차게 될 겁니다. 저의 최종 목표는 전업 논픽션 작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게 또 읽고 쓰기이니 돈은 좀 못 벌어도 개인적인 만족도는 꽤 높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덕분입니다. 물심양면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그렇게 초라하게 시작했던 유락이 이제는 그래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번듯한 공간이 되었듯, <야행성동물>도 언젠가 그렇게 되리라 믿습니다. <야행성동물>의 성장을 곁에서 지켜봐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y.h.s.d.m

  • 원문: https://www.instagram.com/p/DSCt06KE2_k/

YOORAK_GALLERY:DSCt06KE2_k.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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