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것을 만들면서 죽어왔습니다
Oct 03, 2025
언젠가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 책 서문에서 작가는 세상을 떠받치는 원칙 하나를 말합니다. 등가교환. 세상에 교환 아닌 것이 없으므로, 좋은 글을 얻고 싶다면 이쪽에서도 가치 있는 것을 줘야 한다, 그것은 생명, 즉 시간이다.
"생명을 준다는 것은 곧 시간을 준다는 것"이라는 작가는, "시간을 주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안 준 것이다. 여기 묶은 글들은 내 8년 동안의 생명 중 일부를 주고 바꾼 것들이다. 그러니까 이것들을 쓰면서 나는 죽어왔다."고 말합니다.
물론 본인이 쓴 모든 글에, 모든 시간들에 저렇게 비장하게 말하진 않을 겁니다.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겼으니, 이만하면 어디가서 부끄럽지 않겠다 여겼으니 "죽어왔다"고까지 표현한 것일 겁니다.
꽤 근사한 말이라고 생각했고 언젠가 써먹어야지 했는데 그때가 오늘인 것 같습니다.
길게 쓰고 싶은데 마음이 자꾸 초조해집니다. 전시 당일이 되니 할 일이 더 많아집니다.
하여 신형철 작가의 말을 빌립니다. "이번 전시는 제 생명, 혹은 저희들의 생명 중 일부를 주고 바꾼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것을 만들면서 우리는 죽어왔습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원문: https://www.instagram.com/p/DPVV05Pk9X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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