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신문사 방송사 기자님들께.
안녕하세요. 저희는 비영리 소셜 프로젝트 그룹 <프로젝트 비주류非主流>라고 합니다. 대구 로컬 브랜드들이 모여 꾸려진 팀으로, 비주류가 주인공이 되는 무대를 에피소드 형식으로 꾸준히 선보이고 있습니다.
두 번째 대규모 앙데팡당전(제2회 대구앙데팡당展: 카르텔을 거부하는 카르텔)을 열게 돼 취재 요청을 드리려 이렇게 메일을 보냅니다.
해야해서 하기는 합니다...만 사실 반쯤 회의적이긴 합니다. 어차피 이 메일은 열리지도 않은 채 메일함에 그대로 파묻힐 운명일 테니 말입니다.(아마 십중팔구 그럴 겁니다)
아주 근거 없진 않을 겁니다. 작년 이맘때 거의 동일한 내용으로 메일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이 지역 기자분들과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는 탓에 무작정 인터넷 기사를 뒤져야 했습니다. 문화부 기자, 사회부 기자로 추정되는 분들(대략 30명)께 보도자료를 메일로 보내드렸습니다. '너무 많이 오면 어쩌지?' '프레스 카드를 따로 만들어야 하나?' 하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아니, 거의 대부분 메일이 아예 열리지도 않았습니다. 물론 당시 인터넷 기사가 몇 건이 나오긴 했습니다. 전시를 함께 준비한 아트커머스플랫폼 에온드에온 관련한 기사들이었습니다.(에온드 대표님이 개인적으로 아는 분들께 부탁드렸던 걸로 압니다)
'아니, 이렇게까지 관심이 없다고..? 이런 근사한 전시가 열리는데?'
저로서는, 참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대구 내려온 지 이제 2년밖에 안 된 건 맞습니다만 그동안 유심히 지켜본 바, 대구라는 도시에 이만한 뉴스거리, 기삿거리가 또 있을까 싶은 게 솔직한 제 심정이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전시에는 무려 80여명의 청년 작가가 모여 90여점의 작품(설치, 회화, 행위, 미디어아트 등)을 출품했고, 전시 3시간 동안 300여 명의 시민이 전시회를 방문해 작품을 관람했습니다.(심지어 태풍까지 왔는데도!)
이것만 해도 대구에서 열리는 그 어느 전시 못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 전시가 진짜 의미 있는 건, 예술계 인사들이 아닌 예술의 'ㅇ'자와도 거리가 먼 자영업자들이 직접 기획하고 만들어낸 비주류들의 무대라는 점에 있습니다. 그것도 '성인콜라텍'에서 말이죠!
이만한 이벤트가 '얘기'가 안 되면 뭐가 얘기가 된다는 건지, 이 도시에 이보다 더 큰 뉴스거리, 얘깃거리가 뭐가 또 있는지 저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을 따름입니다.
당신이 기자에 대해 뭘 아느냐? 기자가 얼마나 바쁜지 알고 얘기하냐?!..고 말씀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는 서울에서 짧지만 신문기자로 일한 적이 있습니다. 소위 사건팀이라고 불리는 경찰서 출입기자만 3년 넘게 했고, 문화부도 1년쯤 있었습니다. 운이 좋아 언론재단과 기자협회에서 수습기자, 경력기자 대상으로 기사 관련 강의도 2년 넘게 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회사 안팎에서 늘 기사에 대해 고민했던 셈인데, 그런 경험들로 보건대 저는 이번 전시가 문화부 기사로도, 사회부 기사로도 충분히 얘기되고 한 꼭지 쓰기에 아무런 손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죄송합니다. 바쁘실 겁니다. 압니다. 불철주야 우리 사회를 위해 발로 뛰고 계실 겁니다. 혹시 이렇게라도 하면 기자분들이 조금이나마 저희 행사에 관심을 갖지 않을까 해서(네, 어그로입니다..) 무례를 무릅쓰고 글을 쓰는 것입니다.
이 전시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작년만큼 잘 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희는 대구에서 시작한 이 파동이 이 도시를 넘어 수많은 도시로 흘러가 끝내 물결을 만들어 내길 바랍니다. 올해는 부디 이 메일이 여러분의 메일함에서 열릴 수 있길 바랍니다. 아무쪼록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원문: https://www.instagram.com/p/DPDwaxWkz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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