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걸 해서 뭐해? 뭐가 달라져?"
Sep 23, 2025

"이 전시가 이뤄지고난 뒤 '다가올 변화'는 어떤 모습을 꿈꾸시나요?"

아까 한 아티스트분께 DM으로 받은 질문입니다. 그래피티 분야에서 전국적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계신 분입니다.

어렵습니다.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아마 그럴듯하게 포장하려는 마음 때문일 겁니다. 이러쿵저러쿵 답변은 드렸지만 부족한 듯하여 이 글로 부연해봅니다.(프로젝트를 함께하는 다른 분들의 생각은 저와 다를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도 잘 모릅니다. '이후의 변화'라는 건 쉽게 장담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상상해볼 따름입니다.

이게 아니라면 평생 볼 일도 없고 마주치지 않았을 사람들. 서로 일면식 하나 없는 낯선 예술가들이 한 공간에 모여 하나의 전시를 만들어내는 진풍경. 스스로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제도와 압력에 억눌려 살아가던 비주류들이 전면에 서는 무대. 어쩌면 그 자체가 이미 메시지이고 하나의 변화일지 모릅니다.

물론 이런다고 세상이 바뀌진 않을 겁니다. 아니,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네, 맞습니다. 세상은 녹록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예술을 일부만 전유하는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꼈고, 비주류에게도 설 자리가 필요하다고 믿었으며, 결국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실패할 수도 있고,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움직임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영감이, 자극이, 동기부여가 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많은 분들이 선뜻 작품을 내고 관심을 보내주시는 건 저희가 대단해서가 아닐 겁니다.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 자신의 철학이 담긴 무언가를 만들고, 보여주고싶은 욕망이 존재했기 때문일 겁니다. 저희는 단지 그 욕망이 모일 자리를 마련했을 뿐입니다.

우리가 기대하는 변화가 있다면 그것은 하나의 태도일 겁니다. "그런 걸 해서 뭐해?" "뭐가 달라져?" "아무 의미 없지 않나?" 이런 압력을 이겨내고 끝내 행동하는 태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저희의 움직임이 씨앗이 되어 더 많은 반발과 저항이 이 도시에 일어나길 바랍니다. 더 많은 행동이 일어나길 바랍니다. 누군가는 그것을 예술이라, 혁신이라, 진보라 부를지도 모릅니다. 그것뿐입니다. 지금 저희가 말할 수 있는 건 단지 그것뿐입니다.

  • 원문: https://www.instagram.com/p/DO8hgn7E_x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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