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개더링 <모각독:디 에센셜> 모집에 보기 좋게 실패했습니다.
인스타 광고까지 돌렸는데 신청자는 단 1명. 디 에센셜의 존재를 알려주고 모임 아이디어를 제공한 베르 @lovefreepeace_ 가 전부였습니다. 네, 그런 업보로 그녀는 이 낯선 모임에 의무참가해야 했던 것입니다. 가엾고 딱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아쉽습니다. 아니, 사실 익숙합니다. 내놓는 족족 "짜잔~!" 하고 완판되면 좋으련만.. 싶기도 합니다만 뭐, 아무래도 좋습니다. 오늘 읽은 다자이 오사무 글과 문장들이 개인적으로 꽤나 흡족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참가자들(저 포함 2명뿐입니다만 아무튼)은 책을 읽으며 각자 마음에 드는 문장들을 원고지에 적어 공유하기로 했습니다. 대충 이런 것들입니다.
"저는 보잘 것없는 사내라서, 만나면 틀림없이 실망하시겠지요. 아무래도, 무섭습니다. 1909년 6월19일생의 숙명을, 당신도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그 소심함을, 용서해 주십시오."(6월19일)
"나는 가슴이 타 버릴 만치 그 비참한 여자를 사랑했다. 무서운 정욕마저 느꼈습니다. 비참과 정욕은 등을 맞대고 있는 듯하다. 숨이 멎을 만치 괴로웠다."(아, 가을)
"나는 인간을 싫어해요. 아니에요, 무서워요. 사람과 얼굴을 마주하고, 별일 없으세요? 추워졌네요! 어쩌고 내키지 않는 인사를 건성으로 하노라면, 어쩐지 나만한 거짓말쟁이가 전세계에 없을 것 같은 괴로운 심정에 죽고 싶어집니다."(기다리다)
"나는 하루 여덟 시간씩 잠을 자며 꿈 속에서 성장하고, 늙어 왔다. 즉 나는 이른바 이 세상 현실이 아닌, 딴 세계의 현실 속에서도 자라온 남자다."(포스포렛센스)
그러고 이 허약하고 오만한 인간이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을까, 왜 많았을까, 하고 추리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것이 또 은근한 재미를 주었습니다.
"좋은 글이란 결국 내밀하고 초라한 자신을 얼마나 꺼낼 수 있느냐 싸움 같아요. 알지만 어렵죠. 그걸 이 다자이 오사무란 작가는 잘 했던 것 같아요."
"뭐라 딱 잘라 설명은 어려운데 감정선이 굉장히 섬세하다 느꼈어요. 다른 작품들도 더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글 얘기를 하다보니 참가자 모두(2명뿐입니다만 아무튼) 내면에서 묘한 열기를 느끼는듯 했습니다. 둘 모두 '나중에 꼭 그럴싸한 작가가 돼야지' 하는 입장에서, 아, 이 사람 더 파보면 재밌겠다, 뭔가 도움 될 것 같다, 건질 거 같다, 확신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신청자가 있든 없든 5월에는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다자이 오사무를 읽을 겁니다. 읽고 쓰고 얘기해볼 겁니다. 저는 이것이 꽤나 즐거운 일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원문: https://www.instagram.com/p/DJdhxDszzFp/
Related Notes
- No related notes y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