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세미나를 엽니다. 주제는『기자의 메모법』입니다.
기자만큼 메모를 많이 하는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 싶습니다. 기자의 일이란, 결국 메모의 다름 아닙니다. 주머니에서 꺼낸 조그만 취재수첩에 온갖 것들을 눌러적고 그 메모들을 블럭 맞추듯 재조립하는 것이 사실상 하는 일의 전부입니다.
물론 저는 현직이 아니고 여기서 말하는 메모법도 기자 때 익힌 게 아니지만, 살벌했던 그 시절을 거치지 않았다면 메모 체계의 중요성을 절감하거나 지금의 메모 철학을 세우지 못했을 테니 눈 질끈 감고 『기자의 메모법』이라고 이름 붙인 것입니다.(네, 허위과장광고, 좋게 말해 마케팅인 셈입니다..)
아무튼 기자 시절 그토록 많은 메모를 하면서도 깨닫지 못한 마지막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메모를 할 때마다 못내 찝찝했던 그 뒷맛은 IT개발자의 길로 들어서면서 비로소 해소될 수 있었습니다.
제텔카스텐Zettelkasten. 저 멀리 독일에서 건너온, 개발자 세계에 명성이 자자한 바로 그 메모법입니다. 독일어로 '메모상자'란 뜻의 이 메모법이 현대의 신화神話가 된 건 창시자인 니클라스 루만 교수 때문일 겁니다. 그는 자신이 고안한 메모법 하나로 생전 70권의 책과 400건의 수준급 논문을 발표했으며 늘 "나보다 메모상자(제텔카스텐)가 더 똑똑하다"고 말하고 다녔습니다.
그렇다고 제텔카스텐이 만능이란 얘기는 아닙니다. 제텔카스텐은 어떤 면에선 "쑥과 마늘만 먹으면 곰도 인간이 될 수 있다"는 식의 허무맹랑한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 제텔카스텐 서적이 쏟아지고 있고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그에 도전했으나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저 역시 제텔카스텐의 정수를 완벽히 깨우치지 못했고 루만 교수가 하란 대로 하는 것도 아니지만, 이 메모법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 적지 않습니다. 적어도 제 기자 시절과 비교했을 때 차원이 다른 메모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핵심에 "개발자들의 메모앱"이라 불리는 옵시디언Obsidian이 있습니다.
옵시디언은 노션Notion처럼 매달 비용을 지불하지도 않고 로컬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별도의 인터넷 연결이나 클라우드 서버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문서 수 제한도, 용량 제한도 없습니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서버가 따로 없어 기기간 동기화가 안 된다는 것인데, 그 역시 구글드라이브(혹은 iCloud)를 일종의 서버로 만들면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자세한 내용은 모임에서!) 타이틀은 '기자의 메모법'이지만 '기획자의 메모법' 혹은 '개발자의 메모법'이라 바꿔도 손색이 없을 겁니다.
사실 이날은 서울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두 명의 기자가 유락yoorak에 오기로 한 날입니다. 둘 모두 기자 초년병 시절부터 동고동락했던 동료로, 같은 꿈을 가지고 함께 저널리즘 연구를 했던 친구들입니다. 지난해 말 계엄 변수로 한 차례 미뤄졌던 대구 회동(?)이 안타깝게도 이번 대통령 석방 변수로 재차 미뤄지고 말았습니다.
갑자기 비어버린 시간, 뭔가 생산적으로 써보자, 이왕이면 기자 쪽 경험을 살려서..? 등등의 생각을 거듭하다 나온 것이 바로 이 토요세미나입니다.(원래는 유능한 기자들이 내려오는 만큼 지역의 기자지망생들을 모아 글쓰기 세미나를 한번 열어볼까 했었습니다)
이번 모임에선 메모법 말고도 참가자들의 메모에 관한 철학과 경험,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겁니다. 15일, 토요일 밤입니다.
장소 : 유락(대구 중구 동인동3가 271-120) 주차가능
일시 : 3월 15일 토요일 저녁 8시 ~ 10시 전후
참가비 : 20,000원(음료 및 간식 제공)
모집인원 : 최대 8명(최소 4명)
신청방법 : DM
- 원문: https://www.instagram.com/p/DHA5diATlL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