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학개론, 마광수
Feb 19, 2026

곧 있으면 개점 2개월차. 독립서점 <야행성동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 뭘까요? 하루키? 상실의 시대? 해변의 카프카? 달리기 에세이?

아닙니다. <사랑학개론>(2013)입니다. 마광수 교수가 썼죠.

야행성동물은 '하루키 절판본'을 전문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일반 서적들도 작게 취급하고 있습니다. 어떤 면에선 이쪽이 진짜 액기스, 책방지기의 진짜 취향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물론 하루키도 굉장히 좋아합니다)

서점을 차리기로 하고 저희 집 책장을 압착기에서 기름 짜듯 쥐어짜 나온 6권의 책 중 하나가 바로 이 책, <사랑학개론>이었습니다.

사실 이 책은 저희 같은 영세한 책방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내용 때문이 아닙니다.

정가 1만2000원
입고가 1만560원.

이 책 한 권으로 남길 수 있는 돈은 대충 1400원쯤. 마진율 11~12%. 평범한 책 마진율이 30% 안팎임을 감안하면 서점으로서는 도저히 용납이 안 되는 책인 셈입니다.(그래서 이 책을 들여놓은 서점이 전국에 거의 없는 거겠죠)

그럼에도 이 책을 개점 첫 리스트에 올린 이유는 어떤 속죄의식 비슷한 것입니다.

2017년 마광수 교수는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피가 뜨겁던 경찰기자 때였습니다. 이 사실을 우연찮게 처음 입수하게 되었지만 이리저리 확인하다가 간발의 차로 '단독'을 놓친 적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든 감정은 연민도, 슬픔도, 안타까움도 아닌 아쉬움이었습니다.

'아, 그냥 써버릴 걸. 꽤 괜찮은 단독이었는데..'

그러고 찾아온 '현타'.

'아! 나도 이제 사람 목숨이 '단독'으로 밖에 보이지 않게 되었구나..'

치열한 특종 싸움은 기자의 숙명이고 그로 인한 공익이 분명 존재하지만 입 안이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전까지 단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던(야한소설 쓰다 구속된 괴짜 교수 정도로만 알고 있었죠) 마광수의 책들을 서점 들를 때마다 한두 권씩 사읽었던 건, 저 나름의 속죄였습니다.

어찌됐든 잘 팔려서 좋습니다.

소설가 마광수는 몰라도 에세이스트 마광수는 아주 훌륭한 사람입니다. 유사 자유주의가 횡행하고 있습니다. 마광수는 진짜 '자유주의자'라고 해도 될 만한, 자유롭고 솔직하고 정직한 인물입니다.(매우 정직하게 자신의 심연과 욕망을 활자로 표현했죠) 문학박사라고는 도저히 보이지 않는 쉬운 어휘 선택과 단문의 호흡, 리듬감은 좋은 글쓰기의 모범 그 자체입니다.

편견을 걷어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 책으로 그 점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 원문: https://www.instagram.com/p/DU7nqeVky5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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