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철이 엽서
Aug 08, 2025

오늘은 8월8일. '세계 고양이의 날'입니다.

그동안 홍철스타그램( https://yoorak.world/홍철이 )으로 야금야금 모아온 사진들로 <내 이름은 홍철> 엽서 시리즈를 만들었습니다.(일부러는 아니고 엽서 하나 만들어야지 했는데 마침 시기가 맞아떨어졌습니다)

지난해 유락 지하실에서 우연히 발견된 새끼 홍철. 유락 라이프도 어언 9개월차입니다. 이제는 유락이 제집 안방입니다. 곳곳을 헤집으며 거리낌 없이 안방마님 행세를 합니다.

난감했습니다. 동물이랑은 거리가 먼 삶. 키츠네 지붕 도움으로 가까스로 생포(?)하긴 했는데.. 이걸 손으로 만져도 되는 건지 어딜 어떻게 집어야 되는 건지조차 몰랐습니다. 생긴 건 또 얼마나 흉측하던지.. 알러지로 두 눈이 퉁퉁 부어오른 게 꼭 외계인처럼 보였습니다.

원래는 이 악물고 어떻게든 내보내려 했습니다.(꼭 못생긴 외모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키운 경험도, 키울 자신도 없었습니다. 지하실 구석에 홀로 남겨진 것으로 보아 홍철이는 어미가 잠깐 품었다 버린 것으로 추정됩니다.(자세한 내용은 12월28일 게시글 참고) 약한 개체가 받는 취급이란 동물이든 사람이든 마찬가지일 겁니다. 제 어린 시절과 묘하게 겹쳐지는 이런 사연만 아니었다면 일찌감치 어디로든 쫓아냈을 겁니다.

아무튼 그렇게 홍철이와의 동거가 시작되면서 바뀐 게 몇가지 있습니다. 일단 고양이가 자꾸 눈에 밟힙니다. 아니, 세상이 원래 이랬나? 몰칸가..? 싶어질 정도로 여기저기 온통 고양이 천국입니다. 이 동네만 해도 홍철이랑 닮아보이는 애들이 구석구석 한 트럭입니다.(고양이의 날도 예전이었다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겠죠) 그리고, 괜히 안쓰러워졌습니다. 출퇴근길 아스팔트에 죽죽 늘어져 있는 녀석들을 보며 '이 더위에 얘네들은 이렇게 허슬인데.. 홍철이는 팔자가 참..' 생각하며 지나치곤 합니다.

사실 세계 어쩌구 하는 날은 대체로 믿음직스럽지 못합니다. 이름과 달리 대체로 세계적이지 않으며 특정 단체 검은 속내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한창 마구 난립하다 몇 년 지나 슬쩍 사라지곤 하죠.(세계 바나나의 날, 세계 양말의 날, 세계 셀카의 날 등등..) 그런 면에서 2002년 시작됐다는 세계 고양이의 날은 꽤나 질기게 살아남은 셈입니다.

직접 겪어보니 고양이는 불가해한 생명체입니다. 다가가면 도망가고 떨어지면 이내 찾아와 "야옹~"거리는 홍철이. 내 너의 속셈을 분석해보겠다, 오늘은 꼭 패턴을 분석하겠다 이리저리 시도해봤지만 이젠 다 포기했습니다.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고양이의 날이 이렇게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건 고양이가 그 자체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한동안 홍철스타그램에 홍철이 사진을 올려주시면 <내 이름은 홍철> 엽서를 1장 드립니다. 언제까지 할 진 미정입니다. 구매도 가능합니다. 수익은 전부 홍철이한테 돌아갑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참고로 홍철이 이름은 노홍철에서 온 게 맞습니다. 노홍철처럼 길바닥 출신이지만 사람들한테 큰 사랑 받으란 의미로 그렇게 지었습니다. 홍철이 인생이 이름 따라가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 원문: https://www.instagram.com/p/DNFXqOeTT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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