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가 조금 늦었습니다. 6월 <모각독:디 에센셜> 작가는 김수영(1921-1968)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김수영 시를 읽고 함께 얘기 나눌 겁니다. 솔직히 시 잘 모릅니다. 김수영도 잘 모릅니다. 그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정도가 전부입니다.
그래서 이번달 모각독이 더 기대됩니다. 지난달 다자이 오사무 때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겉핥기라 해도 이거, 계속 하면 무조건 도움 된다, 내 교양이, 내 세계관이 넓어진다, 재밌다, 역시, 하고 말입니다.
노파심에 말씀드립니다. 시, 잘 몰라도 됩니다. 장담컨대 시 잘 아는 사람이, 번듯한 문학가들이 여기 나올 리 없습니다. 그냥 시 몇 편 읽고, 좋았다 별로였다 자기 감상만 얘기하면 됩니다.
원래 아는 만큼 어려운 법입니다. 저처럼 이 사람을 잘 몰라야 더 재밌고 즐거울 겁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아는 유일한 김수영 시를 덧붙입니다. 많관부!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30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로
가로놓여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스들과 스펀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펀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있다 절정 위에는 서있지
않고 암만 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장이에게
땅 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장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들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2024년 현역 시인들 설문조사 결과 ‘가장 좋아하는 시’,
김수영의 ‘거대한 뿌리’(민음사, 1974)에서
- 장소 : 대구 중구 동인동3가 271-120 유락(주차가능)
- 참가비: 1만원(음료 포함)
-
신청 방법: DM
(참가자들은 자신이 읽을 <디 에센셜> 김수영 편을 가지고 와야 합니다. 들어보니 <밀리의 서재>에도 올라와 있다고 하네요) -
원문: https://www.instagram.com/p/DKjApXvTq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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