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런 글을 좋아합니다. 쉽고 간결한데 깊이 있고 여운까지 남는.
...
...네, 맞습니다. 그런 글, 세상에 잘 없습니다. 존잘 재벌3세가 몸도 좋은데 인성까지 훌륭하단 얘기랑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글, 드물지만 있긴 합니다.
권석천 前 기자의 <생각할 사, 슬퍼할 도>(2015), <나는 왜 '가습기 살인'을 놓쳤나>(2016), 소설가 김훈(前 기자)의 <한 소방관의 죽음>(1999), <밥에 대한 단상>(2002), <죽음의 자리로 또 밥벌이하러 간다>(2019) 안수찬 교수(前 기자)의 <가난한 청년은 왜 눈에 보이지 않는가>(2011), 이주엽 작사가(前 기자)의 <이 비루한 인간의 욕망>(2020)...
언뜻 떠오르는 것만 늘어놔도 이 정돕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권석천 칼럼을 특히 좋아했습니다. 대학 시절 종이로 하나하나 제본해 가져다녔고, 틈날 때마다 베껴쓰곤 했습니다. 나중에 기자가 되고보니 저만 그랬던 게 아니었습니다. 권석천 선배 글이 신문에 실리면 서초동 법조기자들이 박수치며 서로 돌려보곤 했습니다.
대단히 안타깝게도, 이 모각글 시즌3는 제 글쓰기 가치관과 철학, 방향성에서 단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반쪽짜리 프로젝트입니다. 대단히 죄송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고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간결한 것이 살아남습니다. 기자 출신 특징이라면 무조건 쉽고 간결하게 쓴다, 그렇게 쓰려고 노력한다는 점일 겁니다. "독자는 중학생이다.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써야 한다." 편집국에서 귀에 피가 나도록 듣는 말입니다. 해보니 알겠습니다. 그때 불만이었던 이 말, 신문사를 나와보니 피부로 더 와닿습니다. 활자 과잉의 시대입니다. 내 글에 주어지는 시간은 길어봐야 20초 남짓. 그 안에 모든 게 결정되고 끝장납니다.
그러니 간결 명료해야 합니다. 한껏 멋내고 기교부려봐야 아무도 보지 않고 절대 선택되지 않습니다.(이 점은 기회 있을 때 더 얘기해보겠습니다)
모각글은 쉽고 간결한 글을 지향합니다. 기자의 글쓰기를 기반으로 합니다. '깊이 여운'까진 몰라도, '쉽고 간결'은 훈련으로 얼마든지 장착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자기 내면을 진실되게 들여다보고 남김없이 꺼내는 것, 그걸 돕는 게 이 프로젝트의 방향성이자 전부입니다.
현재까지 신청자는 12명. 18일까지 모집하고 19일부터 시작됩니다. 내면을 꺼내는 글쓰기에 대해선 다음 글에서 얘기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원문: https://www.instagram.com/p/DJgmhe-TP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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