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치고 리듬타기'의 효능
Apr 20, 2025

글쓰기, 참 어렵습니다. 정답이 없습니다. 그래서 답이 없습니다. 얼마 전 읽은 <문장강화>에서 이태준은 말합니다.

"...김정희는 '난초를 그리는데는 법이 있어서도 안 되고 법이 없어도 안 된다'라고 하였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

도대체 어쩌란 건지. 뭘 모를 때가 좋았습니다. 천둥벌거숭이처럼 써댔습니다. 더닝크루거 효과는 쉽게 말해 '무식한 놈이 용감하다' 효과입니다. '하수는 오만하고 고수는 겸손하다' 효과이기도 합니다. 그때 저는, 더닝크루거 그 자체였습니다.

오랫동안 우쭐거렸습니다.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좋아했습니다. 곧잘 해냈습니다. 주변에서 "야, 너 글 좀 쓰는데?" 소릴 종종 들었습니다. 대학도 글 하나 잘써서 들어갔고, 직장도, 연애도 글솜씨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종종 미간을 찌푸리며 담배 문 입으로 "글이란 말야~" 꺼드럭대곤 했습니다.

언론사에 들어가고 깨달았습니다. 세상은 넓었고 고수는 많았고 내 글은 쓰레기였습니다. 내 글이 종이, 전기, 에너지 낭비에 지나지 않는단 '진실'을 깨닫고야 말았습니다. 한 2년? 3년쯤 '내 글'을 일절 쓰지 않았습니다. 세상에 글 잘쓰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좋은 글이 이렇게 많은데, 내가 뭘 쓴단 게 무슨 소용이겠느냐, 세상에 쓰레기 하나 늘리는 일밖에 더 되느냐고, 진심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토요글쓰기세미나 주제는 '끊어치고 리듬타기'였습니다. 이게 글쓰기 만병통치약에 가깝다고 약을 팔았습니다. 아주 거짓말은 아닙니다. 적어도 저한텐 약효가 꽤 있었기 때문입니다.

단문으로 끊어치기, 언뜻 볼품 없어 보입니다. 화려하고 문학적인 글쓰기, 기교적인 글쓰기랑 거리가 멉니다. 단 하나 장점이 있다면 글 쓰는 행위에서 오는 두려움을, 막연함을 용기로 바꿔준다는 겁니다. 제가 이 악물고 외면하던 글쓰기에 다시 고개를 돌리게 된 것도 사실 이 글쓰기 덕이 컸습니다.

이게 무조건 옳다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쓰면 글에서 '기자 냄새'가 납니다.(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제 착각일 겁니다) 그럼에도 어떤 '경지'에 오르기 전까진 그동안의 글쓰기 철학과 자아를 잠시 밀어놔야 한다고, 무조건 이 방식을 믿고 따라야 한다고, 꾸준히 써봐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세미나에서 그 얘길 하고 싶었던 건데 참가자들께 잘 전달이 됐을지 모르겠습니다.

글쓰기는 늘 괴롭지만 즐겁습니다. 이 글을 쓰고있는 지금처럼 말입니다. 참가자분들께 세미나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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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verse Discovery 우연한 사유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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