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각넷: 우리의 아버지
Feb 25, 2025

때로 영화 따위, 결코 현실을 넘지 못할 거란 확신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 다큐 속 이야기가 딱 그렇습니다.

이 작품은 십수년간 고의로, 환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자신의 정자를 마구 살포한 불임치료 전문의 도널드 클라인 박사의 만행을 그립니다. 그의 '생물학적 자식'은 세상에 드러난 숫자만 94명. 관련 자료를 싹 불태우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태도로 미루어 실제 숫자는 훨씬 많을 겁니다. 이 인간은 심지어 인공수정을 위해 병원에 온 여성에게 남편 것이 아닌 자기 정자를 몸에 넣기도 했습니다.

네, 끔찍하기 짝이 없습니다. 좁은 지역 특성상 서로 정체를 모르는 '형제'들끼리 연애를 했을 수도 있는 셈입니다. 다만 클라인의 범행 동기는 불분명합니다. 그는 심지어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기도 합니다. 생물학적 남매들은 머리를 맞대며 성적인 쾌감, 종교적 이유 등 여러 가설을 내놓았지만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건 없습니다.

사실 이런 류의 범죄는 전세계 각국에서 끊이지 않습니다. 2019년 네덜란드에서는 불임 클리닉 의사였던 얀 카를바이트가 비슷한 방식으로 80명 넘는(최대 200명에 이를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생물학적 자녀를 태어나게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023년 미국에서도 몰래 자기 정자로 환자를 임신시키는 '의료 강간' 혐의로 전 하버드 의대 교수 메를 버거 박사가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찾아보면 우리나라도 비슷한 일이 꽤나 있었을 겁니다.

같은 범죄가 지역을 막론하고 꾸준히 반복된다는 건, 이 비열하기 짝이 없는 행위에 인간 욕망의 뒤틀린 단면이 담겨있다는 얘기일지도 모릅니다. 불멸에 대한 욕망, 상대를 강제하고 통제하는 행위에서 오는 은밀한 권력감, 자신을 신神적 존재로 올려놓는 왜곡된 신념, '내 유전자가 평범한 기증자보다 낫다'고 믿는 그릇된 우월감과 왜곡된 자기애, 윤리적 무감각 등..

네번째 모각넷에선 넷플릭스 오리지널 <우리의 아버지>(2022)를 보고 이야기를 나눠볼 겁니다. 이 사건은 단순 기망 범죄라기보다 어떤 심리적, 철학적, 윤리적 질문 같기도 합니다. 할 얘기가 더러 있을 겁니다. 1일입니다.

👀함께 볼 작품 : <우리의 아버지>(2022)
- 키노라이츠 신호등 평점 100%
- IMDB 6.6

장소 : 유락(대구 중구 동인동3가 271-120) 주차가능
일시 : 3월 1일 토요일 저녁 7시 ~ 10시30분 전후
참가비 : 25,000원(음료 및 간식 제공)
모집인원 : 최대 8명(최소 인원 4명)
신청방법 : DM
(*모든 참가자들은 넷플릭스를 구독한 상태로, 영상을 볼 수 있는 전자기기를 모임장소로 가지고 와야 합니다.)

  • 원문: https://www.instagram.com/p/DGfr-f1zyC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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