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나침반
Feb 24, 2025

모각넷 <나는 신이다>(2023) 회차에서 개인적으로 거둔 쾌거(?)가 하나 있습니다. "고장난 나침반"이란 비유가 그것입니다.

원래 생각해놨거나 가지고 있던 건 아니었고 "...그럼에도 왜 인간에게 종교가 필요할까요? 어리석게도 왜 사이비를 믿는 걸까요?" 라는 어느 참가자 질문에 툭, 하고 튀어나온 것이었습니다.

제 대답은 이랬습니다.

"...아시다시피 삶이란 늘 부조리하고 모순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끝도 없는 망망대해에 홀로 떠있는 돛단배 위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몹시 괴롭고 공포스럽습니다. 어쩌면 종교란 '고장난 나침반'이 아닐까요? 설령 고장난 것일지라도, 고장났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더라도 바다 위 누군가에겐 그 나침반이 일말의 희망을 주는 존재일 겁니다."(...네, 분명 어디선가 또 요긴하게 써먹을 것 같습니다)

사실상 사기 행각이나 다름 없는 정명석(JMS), 박순자(오대양), 김기순(아가동산), 이재록(만민중앙교회)에 깜빡 속아 넘어간 건, 피해자들이 어리석거나 모자라서가 결코 아닐 겁니다. 불교에선 인생을 '화택(火宅)', 즉 불타는 집에 비유합니다. 몸에 불꽃이 옮겨붙은(혹은 그렇게 믿는) 누군가에겐 "당장 시원한 물을 부어주겠다"는 감언이설이 조금은 미심쩍더라도 믿고싶은 얘기였을 겁니다.

사실 SKY출신 고학력층들도 사기꾼한테 된통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이런 '기술자'들에게 걸리면 누구라도 답이 없을 겁니다. 실제로 많은 명문대생들이, 고학력 엘리트층이 이런 종교에 빠졌고 다른 신도들을 유혹하는 수단, 밑거름이 됐습니다. "봐봐라, 이런 똑똑하고 대단한 사람들도 우릴 믿지 않느냐. 여기가 가짜라면 이런 엘리트들이 믿겠느냐" 하고 말입니다.

권위 이외에도 돈과 명예, 성적 욕망,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삶에 대한 회의감 등 인간의 온갖 욕망을 장난감 다루듯 가지고 노는 사이비 교주들의 기교(?)가 가히 놀라우면서도 인사이트를 줍니다. 이름만 다를뿐 그에 못지 않은 것들, 거의 흡사한 것들이 우리 주변에 널려 있기 때문입니다. 시원하게 욕 한 사발씩 퍼붓는 것도 물론 좋겠지만 이 네 인물의 공통점을 찾아보는 것도, 이들을 우리 주변의 무언가로 치환(가령 '극단적 정치 유튜브'라든지)해서 보는 것도 이 다큐를 좀 더 흥미롭게 보는 방법이 될 겁니다.

■제목:<나는 신이다>(2023)
■장르:다큐멘터리
■일시:2025년 2월15일 토요일 모각넷
■크리스's SCORE: 3.5/5점(에피소드들을 기계적으로 이어붙인 느낌이 없지 않아 있긴 합니다만.. 논픽션의 한계로 이해합니다)

  • 원문: https://www.instagram.com/p/DGcyev4zZ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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