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각넷, 왜 범죄 다큐일까요?
Feb 14, 2025

지난주 토요일 첫 모각넷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모각넷은 모여서, 각자, 넷플릭스 다큐를 보며 호스트가 낸 미션을 수행하고 이를 중심으로 참가자들끼리 생각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프로젝트입니다.

이날 호스트 포함 9명이 함께 본 작품은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2019). 새끼고양이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인터넷에 영상을 올린 범죄자를 뒤쫓는 네티즌들의 이야기와 최종 살인에 이르는 나르시시스트 범죄자의 최후를 긴박하게 그리는 범죄 논픽션입니다.

상상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전개였습니다. '동물학대범을 잡은 네티즌 수사대 스토리' 정도로 이해했던 이 작품은, 실은 캐나다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살인 사건의 이면을 탐사하는 논픽션이었습니다. 중국인 피해자를 살해하고 조각낸 신체 일부들을 캐나다 자유당과 보수당 당사에 우편 발송한 루카 매그노타가 어떤 과정을 거쳐 괴물이 됐는지 쫓습니다.

물론 엽기적인 범죄자 루카 매그노타의 체포 과정 자체가 일종의 영화처럼, 엔터테인먼트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더 의미 있었던 건 그의 삶을 통해 참가자들끼리 '인간'에 대한 질문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었다는 점 때문입니다. 현미경으로 뜯어본 이 인물의 인생 경로는 우리 주변 여느 인물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즉, 이 잔혹하고 기괴하고 서글픈 풍경이 얼마든지 우리 주변에 펼쳐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언론사 입사 동기였던 전현진 경향신문 기자한테 배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전 기자는 자신이 만드는 논픽션 뉴스레터에서 '범죄자의 동기'에 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범행의 동기를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범죄의 원인을 파악한다면 제삼자에게 벌어진 사건과 나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게 되고, ‘나에게는 쉽게 벌어지지 않을 일’이라고 해석해 평범한 삶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이런 동기가 없거나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다면, 그 피해자가 내가 되지 말란 법이 없기에 쉽게 공포가 퍼져나가는 것 같습니다."

범죄물을 전혀 선호하지 않는(놀랍게도 사실입니다!) 저로서는 범죄물을 볼 이유를 여기서 찾습니다. 무지無知에서 비롯된 '인간'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극복하고 내 평온한 삶을 지키는 도구로써 작동합니다. 이 논픽션들은 우리의 삶을 거울처럼 비춥니다. '저런 건 세상에 없어!!' 외면하고 부정하고 싶은 인간 단면을 제시하며 질문을 훅 던집니다.

거기에 답하며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 그래서 이 부조리와 모순으로 가득찬 실제 세계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것, 그것이 바로 논픽션 범죄 다큐가 가진 의의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해봅니다.

............네, 굳이 의의를 따지자면 그렇단 얘깁니다. 당연하게도 정답은 없습니다. 죄의식 없이 부정 감정을 퍼부을 빌런이 필요해서, 손에 땀을 쥐는 범죄물 특유의 서스펜스를 좋아해서, 서사예술 관점에서 논픽션 연출 방식이 궁금해서 보는 사람도 많을 겁니다.

아무튼 이번주 모각넷에서는 대한민국을 뒤흔든 거물급 사이비종교들을 다룬 논픽션 다큐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2023)을 함께 봅니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머릿속 물음표가 빼곡해집니다. 참가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물음표들을 하나씩 지우다보면 '인간'에 대한 이해가 적어도 한뼘은 늘어나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이 딥하고 어둡고 음울한 프로젝트에 묘하게 애착이 가는 이유가, 아마 여기에 있을 겁니다.

  • 원문: https://www.instagram.com/p/DGC_CncTpKl/

YOORAK_GALLERY:DGC_CncTpKl.jpg

  • No related notes yet.
Universe Discovery 우연한 사유와의 만남
Loading nodes...
Node Map 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