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삽니다.』시즌1 수상 작가 '은연'@eyesofey
"누구나 그런 경험 한 번쯤 있잖아요? 사랑하는 사람의 손톱을 깎아주거나 깎일 때. 그러면 자기 손톱 깎을 때보다 좀 더 조심스러워지죠. 손으로 꾹꾹 문지르거나 매만져보기도 하고.. 그게 저는 사랑 같았어요. 그 장면을 시로 써보고 싶었죠."
첫 번째 『시詩 삽니다.』 수상작 <손톱을 매만지는 것도 사랑이라고>는 작가 은연隱然(27)의 경험에서 길어 올린 시입니다.
시의 화자처럼 "로션도 한 손으로 대충 찍어 바른다"는 은연은 어릴 적 누군가와 서로 손톱을 깎고 깎아주던 기억에 약간의 상상을 더해 이 시를 썼습니다. 그가 말하는 포인트는 "그려지듯"에 있습니다. 그는 "늘 읽는 사람 머릿속에 어떤 장면이 그려질 수 있도록 쓴다"고 합니다.
"제가 주로 관심 있는 건 제가 본 풍경, 제가 본 어떤 순간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예요. 그래서 쉬운 시가 좋아요. 쉽게 이해하고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시. 그래서 저한테는 '그려지는'이 중요해요. 뭐랄까, 표현이 조금 서툰? 스스로 감도가 조금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한테 이렇게도 말할 수 있다, 이렇게도 볼 수 있다 전해주고 싶달까요?"
그의 말처럼 이 시를 읽고 있으면 두 사람이 마주 앉아, 혹은 한 사람이 상대방 무릎에 머리를 벤 채 손을 내맡기는 애틋하고 무해한 풍경이 그림처럼 떠오릅니다. 뭐랄까, 별다른 기교 없이 맨몸으로 정면승부를 택한 느낌입니다. '네 손톱이 너무 깔끔하면 심술이 난다' '손톱을 만지는 날들이 영원 같아서 다행이다' 같이 직관적이고 담백한 표현들이 작가가 추구하는 지향점을 잘 보여줍니다.
은연은 다른 참가자들처럼 문예창작과를 다니거나 전문적으로 시를 공부하진 않았습니다. 계기는 2년 전 어느 출근길이었습니다. 지하철에서 종종 마주치던 꽃배달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문득 글이 쓰고 싶어졌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일할 때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지하철을 탔어요. 거기서 본 할아버지예요. 자기 꽃도 아닌데 굉장히 소중히 다루시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그 장면을 글로 남겨놓고 싶었죠."
필명 은연隱然은 '은연중' 할 때 그 은연입니다. 겉으로 뚜렷이 드러나지 않은 채, 은연중에 흘러가는 어떤 순간, 어떤 장면을 놓치지 않고 활자로 담겠단 의지가 담겼습니다. 남들이 놓치는 장면들에서 특별한 의미를 발굴하는 게 그가 자신 있는 분야입니다. 그는 이번을 계기로 준비 중이던 독립출판도 속도를 낼 계획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건 일종의 베타 테스트?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였어요. 시와 에세이를 담은 책을 하나 준비 중이거든요. 전혀 기대도 안 했는데.. 많은 사람들한테 좋은 평가를 받았다니 굉장히 기뻐요. 친구들한테 축하도 많이 받았어요.
제 글로 번 첫 돈인데, 어떻게 의미 있게 쓸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제 글에 좀 더 자신감을 갖게 된 거 같아요. 제 시를 선택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사실 상금은 지난해 11월 일찌감치 전달되었습니다. '유락의 이름으로 공동체에 기여하겠다, 대구의 청년들을 후원하겠다'는 목표가 일단은 달성된 셈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1월 6일 월요일, 두 번째 『시詩 삽니다.』에피소드가 공개됩니다.
이번 에피소드의 키워드는 '웹툰'. 낭만젊음사랑의 나니@romanceyouthlove_daegu 와 의문의 누군가(!)@gongcheoljin 가 유락yoorak과 함께 합니다. 시즌1보다 훨씬 흥미로운 조건일 겁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시詩 삽니다.』 시즌1은..
<프로젝트 비주류 Ep1. 자기소개> 팝업에서 거둔 35만1245원으로 대구의 청년 아티스트에게 시를 한 편 구매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지난해 10월 9일부터 열흘 동안 총 33편의 작품이 접수되었고, 이후 12일 간 진행된 오프라인 투표를 통해 최종 수상작이 선정되었습니다.
- 원문: https://www.instagram.com/p/DEXEWpETSr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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