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쓰는 법
Nov 10, 2024

이 글은 쉽게 말해, 16일 <모각작:기획자의 밤 시즌2> 홍보글입니다.(마감되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별로 알고 싶지도 않고 전혀 궁금하지 않으시겠지만 기획기사 쓰는 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쓸 데는 없지만 어렵지도 않습니다. 45초만 읽으면 됩니다.

일단 기사는 "얘기"가 돼야 합니다. 얘기는 언론계 은어입니다. 아마 처음 들어보실 겁니다. 하지만 기자들은 하루 왼종일 이 단어를 그야말로 입에 달고 삽니다.

"그거 얘기돼?" "그 사람, 얘기 안 되던데요?" "지금 이거 얘기가 좀 안 되거든? 위에서 쓰라니까 너가 얘기되게 한번 만져봐"...

꼭 기사 얘기할 때만 쓰는 건 아닙니다. 기자들한텐 점심에 밥먹은 식당도, 잠깐 들른 동네 카페도, 기자실 간식마저도 얘기되냐, 안 되냐로 나뉩니다. 단언컨대 이 단어가 없으면 서로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겁니다.

얘기의 조건은 아이템일 수도 있고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첫손은 아이템(소재)입니다. 그중에서도 일단 남들이 안 쓴 거면 "얘기 되는데요..?" 비벼볼 수 있습니다. 말그대로 "이게 뉴스news 아니냐"는 겁니다. 대다수 기자들이 빚쟁이 집 두드리는 사채업자처럼 [단독]에 혈안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기자들은 본능적으로 새로움에 이끌립니다. 그렇게 되도록 수습기자 때 잘근잘근 분해되고 조립됩니다. 물론 단순히 새롭다고, 남들이 안 썼다고 무조건 얘기가 되진 않습니다. 남들이 안 쓰는 데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니 말입니다.

얘기는 고정돼 있지 않습니다. 유동적입니다. 평소에 "얘기 안 된다"며 번번이 퇴짜 맞던 아이템도 어떨 땐 또 얘기가 되기도 합니다. 예컨대 "MZ세대 기념일 풍속도"란 아이템을 지난달에 냈다면 99% 확률로 킬(기사를 죽인다는 은어) 됐겠지만, 빼빼로데이를 하루 앞둔 오늘 발제했다면 그럭저럭 넘어갈 확률이 높습니다.(미심쩍은 눈초리가 뒤따라오겠지만..) 이런 걸 '시의성'이라고 합니다.

기자 시절 전국의 기자들을 대상으로 <기획기사 쓰는 법> 강의를 2년이 좀 안 되게 했습니다. 그 강의 첫 챕터가 이거였습니다. 솔직한 심정으로 달력 하나만 파도 기삿거리가 수두룩한데 기획이 왜 어렵단 건지, 뭐가 어렵단 건지 이해가 어려웠습니다. '무슨무슨날' '무슨무슨 기념일' 같은 국경일, 법정공휴일, 법정기념일, 국제기념일 등등... 한 발 더 들어가면 특정 사건으로부터 100일('윤창호법 100일, 변한 게 없다' 같은), 1주기, 3주기, 5주기, 10주기, 20주기, 30주기, 50주기, 100주기... 다 따져보면 1년에 100개는 거뜬히 넘을 겁니다. 조금만 미리 준비하면 입에 풀칠은 충분한 셈입니다.

물론 특별한 기사, 이른바 '탐사보도'는 또 문법이 달라지긴 합니다. 아무튼 기획의 기본은 시의성이고, 시의성은 결국 대중의 관심과 흥미에 기반합니다. 이 얘기를 하는 건 대구에서 제가 만들었거나 지금 만들고 있는 유락, 모각, 대구모닝커피클럽, 비주류팝업, 앙데팡당전, 시삽니다, 필일일, 물물, 끗, 혁명... 등등 거의 모두가 소싯적 기획기사 쓰던 방식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정확하게는 탐사보도할 때의 방식 그대로입니다)

오늘 남는 시간을 쪼개 김옥영 작가의 <다큐의 기술>(2020)이란 책을 읽었습니다. 김옥영은 다큐 바닥에서 레전드로 대접받는 인물입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영화인 <크로싱 비욘드>를 만들고 보관문화훈장을 받았습니다. 이 책에서 그는 기획의 정의와 성공하는 기획의 조건을 얘기합니다. 여기서도 시의성 비슷한 게 나옵니다. 기획이란 일단 새로워야 하며, 동시대인의 관심과 흥미를 끌고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소름이 돋습니다. 완전 기사쓰기 그 자체입니다.

기획이 원래 그런 것 같습니다. 영역은 달라도 본질이 달라지진 않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묘하게 겹쳐집니다. 다른 분야도 그럴 겁니다. 김옥영은 말합니다.

"기획이란 수없이 헝클어지는 상황 속에서 자기가 원래 하려고 했던 걸 상기시켜 주는 것이다." "기획이 없으면 혼돈에서 시작하여 혼돈으로 진행될 뿐이다." "기획은 가장 먼저 자신을 위한 것이다."

다시 돌아와, 기획자의 밤에선 이런 얘기들을 나눠볼 겁니다. 글이 길어졌습니다. 16일입니다.

  • 원문: https://www.instagram.com/p/DCMSfSYTRv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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