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각영(봉준호)
Oct 07, 2024

안타깝게도, 지난주 《모각영:마틴 스코세이지》는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한번 빠짐 없이 정원이 모두 찬 지난 5번의 《모각영》과 달리, 신청자가 '0명'이었습니다. 정확한 원인 분석이 되진 않았습니다만 절체절명의 위기인 셈입니다. 눈 앞이 깜깜해집니다.

그래서 이번주 《모각영》 감독은 봉준호(1969~ )입니다. 참고 참고 또 참다가 허기가 꼭대기에 올랐을 때 먹으려고 아끼고 아껴놓은 곶감 하나 꺼냈습니다. 당장 뱃가죽이 등에 붙을 지경이니 별 수 없는 일입니다.

봉준호는 말이 필요없는 세계적인 스타 감독입니다. 저는 그가 사회학도(연세대 사회학과 졸업)라는 점을 주목합니다. <흑백판 기생충>(2020)이 나왔을 때 아티클을 하나 쓴 적이 있습니다.("흑백으로 돌아온 '기생충', 우리사회 숨겨진 계급 경계 허물까") 저 역시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에게 빚을 진 사람으로서 이 영화를 사회학적으로 분석해보겠다..! 시도했으나 어불성설, 이도저도 안 된 어설픈 글이긴 합니다.

아무튼 당시 글 중 일부입니다.

"....전근대와 구분되는 근대 시민사회의 핵심은 신분제, 즉 ‘계급’의 종말이다. 우리 사회만 보더라도 근대화를 겪으면서 조선시대처럼 태어나자마자 양반, 혹은 태어나자마자 백정인 경우는 사라졌다. ‘모든 시민은 평등하고 동일한 권리를 가진다’는 대원칙이 모든 근대국가의 밑동에 자리 잡고 있다. 계급은 더 이상 없다. 적어도 ‘공식적’으론. 기생충은 바로 이 지점에 물음을 던진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니?’

기생충이 폭로한 건 우리 사회가 여전히 계급 질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중략)...

과거 마르크스는 생산수단(자본)의 소유 여부로 계급을 둘로 나눴으나, 주변을 둘러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예컨대 땅투기로 큰 돈을 벌었다 한들 누가 계급적 우위를 인정해주겠느냐는 것이다. 돈만 앞세워 젠체하다간 외려 ‘졸부’ 소리만 들을 뿐이다. 그래서 계급의 핵심에 ‘취향’이 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1930∼2002)의 통찰은 쉽게 말해 계급제가 공식적으론 사라졌으나 문화의 소비, 예술에 대한 취향에 따라 지금도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취향’에 따라 ‘계급’이 갈리는 셈이다. 그에 따르면 교육은 그 구분선을 더욱 뚜렷하게 만드는 도구로 작용한다.

영화에서 기택(송강호)네와 박 사장(이선균)네의 접점도 아이들의 ‘교육’이었다. 박 사장네 아이들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일반인들은 상상도 못할 고액의 예술 과외를 받는다. 기택네 아이들이 피자박스 수천개를 접어야 겨우 받을 수 있는 돈이 한두 시간 수업의 대가로 오간다. 부르디외가 설명하는, 현대사회에서 계급이 재생산되는 방식 그대로다. ..."

저에게 봉준호 영화는 늘 사회학도의 시각이 묻어납니다. 어쩌면 그게 그의 영화에 남다른 아우라를 씌우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봉준호는 <기생충>으로 방점을 찍었지만 그에 못지 않게 훌륭한 작품이 많습니다. <플란다스의 개>(2000),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마더(2009), 설국열차(2013), 옥자(2017)... 여기에 단편 영화도 <백색인>(1993)을 시작으로 7~8편 찍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이 영화들에서 무엇을 느끼는지 궁금해집니다.

10월 《모각영》은 매주 일요일마다 진행되며, 주마다 한국 감독/외국 감독이 번갈아 다뤄집니다. 정원은 5명(호스트 제외), 최소 인원은 3명입니다. 위기를 탈출할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감사합니다.

장소 : 유락(대구 중구 동인동3가 271-120) 주차가능
일시 : 10월 13일 일요일 오후 5시~
참가비 : 22,000원(각종 음료 및 스낵 제공)
모집인원 : 5명(최소 인원 3명)
신청방법 : 프로필 모각영 신청 링크 or 인스타 DM
(*댓글로 신청자 현황이 업데이트 됩니다)

  • 원문: https://www.instagram.com/p/DAz7m1SPdZ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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