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트로 모각을 준비할 때면 분위기가 어떨지 대충 상상해보곤 합니다. 일종의 시뮬레이션입니다. 박찬욱 때는 <올드보이>(2003)나 <복수는 나의 것>(2002)을 떠올리며, 왕가위 때는 <중경삼림>(1994), 고레에다 히로카즈 때는 <어느 가족>(2018)을 머릿속에 놓고 모임에서 오갈 만한 대화를 상상해봤습니다.(사실 이 감독들의 영화를 본 게 이게 전부인 터라..상상의 폭이 좁긴 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홍상수"가 주제인 이번주 모각영은 아예 상상조차 되지 않습니다. 일단 저는 여태껏 홍상수 영화를 단 한 편도 본 적이 없으며, 그가 어떤 식으로 영화를 찍어왔는지도 전혀 모르며, '나중에 시간날 때 까먹지말고 꼭 봐야지!' 같은 생각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말그대로 '백지'입니다.
다만 그가 자신보다 20살 넘게 어린 유명 여배우와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고, 이로 인해 대중에게 엄청난 손가락질을 받고있다는 것 정도는 어깨너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궁금해집니다. 이 사람, 어떻게 살아남았지? 어떻게 영화를 계속 찍는 거지? 하고 말입니다. 이 감독과 관련한 거의 모든 기사에는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과 손가락질로 도배되어 있습니다. 사실상 '도덕적 파산'을 선고받은 이 비윤리적인 남자가, 어떻게 한국이라는 유교국가에서 살아남았는지.. 순수하게 궁금증이 생깁니다.
그만큼 이 감독 작품이 재밌기 때문일까요? 놀랍긴 합니다. 그는 2020년, 2021년, 2022년, 2024년 등 최근 5년 동안 '세계 3대 영화제'라는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4번의 은곰상을 수상했습니다. 이중 2번은 경쟁부문 2위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을 탔습니다.
모각영은 잘 알아도 재밌지만, 몰라서 재밌는 부분도 있는듯 합니다. 실제로 지난 <추석특선 모각영>(박찬욱·왕가위·고레에다 히로카즈)에서 흥미로웠던 대목은 3일 동안 모인 15명 중 5~6명이 아무런 정보 없이(혹은 1편 정도 본 것이 전부인..) "이름값"만 보고 선택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즉, "늘 봐야지봐야지 했는데..이참에 한번 알아보러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모르면 용감하다고, 잘 모르니 더 아무 질문이나 서로 막 던지고 받고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 상상해봅니다. 이런 질문이 오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술가의 사생활이 작품의 가치에 영향을 미칠까요?" "온갖 추문으로 뒤덮인 헐리웃 배우들의 작품, 어떻게 봐야할까요?" "홍상수와 김민희,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무 작품도 보지 않은 상태라 이런 류의 질문들만 떠오르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여러 의미로 기대가 됩니다.
저에게 홍상수는 '이참에 한 번 보자' 싶은 감독입니다. 아마 모각영이 아니었다면 평생 볼 기회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바로 그런 까닭에, 모각홍이 열리게 된 겁니다. 아마 저만 그런 건 아닐겁니다. 지금까지 모집 인원 5명 중 2명이 채워졌습니다. 최소 인원은 3명, 내일까지 1명만 더 모집되면 모각홍이 열리게 됩니다. 모각영 방식 등 관련 글들은 지난 피드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모각 참가자들의 지난 모임 리뷰는 인스타그램 프로필 링크로 접속해서 보실 수 있습니다)
- 원문: https://www.instagram.com/p/DAaiDZQPgem/
- 모각영(홍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