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추석 3일간 진행될 <모각영>에 관한 것입니다.
모각MOGAK은 '모여서 각자'라는 뜻입니다. 이 단어를 듣자마자 "엥?" 한다면 당신은 개발자일 겁니다. "어..?" 했다면 그 언저리에 있는 분일 겁니다. 그렇습니다. 모각은 원래 개발자들의 문화입니다.
모각코.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개발자들끼리 '모여서 각자 코딩' 하는 것을 말합니다. 생각해보면 굉장히 이상한 일입니다. 코딩은 카페가 아니라 듀얼모니터가 구비된 집이나 사무실에서 하는 것이 가장 편하니 말입니다. 서로 만난다고 특별한 네트워킹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가벼운 인사를 건네고, 작업물을 소개하고, 각자 코딩을 하다가, 마무리로 짧게 피드백을 나누는 정도가 전부입니다.
그럼에도 모각은 일단 한번 하면 종종, 꾸준히 하게 됩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작업이 더 잘되는, 집중과 몰입이 더 잘되는 느낌을 받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광경입니다. 뒤늦게 개발자가 되어 알게 된 이 문화에서 제가 캐치한 포인트는 '모이고 싶으면서도 각자이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양면성이었습니다. 어쩌면 도시인들의 모순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네트워킹이 필요하면서도 혼자가 편한, 자기 공간은 지키면서도 타인과의 접점을 만들고 싶어하는 그런 모순적인 모습 말입니다.
모각은 '이 공간을 도대체 어떻게 살려야 할까?'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기획입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유락, 동인동3가 271-120은 깊은 산 속 이름 없는 나무처럼 별다른 관리 없이 수십년 동안 우두커니 그저 존재한 곳으로, 이 주변을 말하자면 그 흔한 편의점 하나 있어본 적이 없는, 유동인구가 '0'에 수렴하는 황무지 같은 곳입니다. 이따금 '여기는 정말 섬 같은 곳이군!' 생각하곤 합니다.
공간은 결국 사람이 완성합니다. 주어진 과제는 사람들을 어떻게 이 불모지까지 오게 할 수 있을지였습니다. 장고長考 끝에 나온 것이 로스터리, 그리고 커뮤니티였습니다.(차라리 편의점을 차렸다면 훨씬 더 사람이 북적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큰 줄기가 만들어진 뒤에는 기존의 성공한 커뮤니티 스타트업, 이를테면 서울의 <트레바리>나 <넷플연가>, 대구 지역의 여러 유료 커뮤니티를 직접 참석하면서 시스템을 분석하고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나오게 된 모각MOGAK은 이런 점들이 다릅니다.
일단 모각에는 '숙제'가 없습니다. 기존 유료 커뮤니티는 보통 2주, 혹은 3주 단위로 독후감, 감상문 같은 숙제를 요구합니다. 까다로운 참석 조건을 겁니다. 여러 커뮤니티를 직접 경험해본 바, 거의가 초등학생 방학숙제하듯 막판에 몰아 해치우거나,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인터넷에서 찾은 내용을 '복붙' 해오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모각은 불필요한 과제가 없습니다. 큰 주제 아래, 각자 자유롭게 현장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입니다. 모임 전 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보고 와도, 마땅히 없다면 그냥 몸만 와도 됩니다. 없는 시간을 쪼개 억지로 읽지 않아도, 보지 않아도 됩니다. 모였을 때 집중해서 즐기시면 됩니다.
모각은 디깅Digging이라는 장치가 있습니다.
'채굴'을 뜻하는 디깅은 마치 광산을 채굴하듯, 한 분야에 깊게 파고드는 모든 행위를 말합니다. 모각은 "오늘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여운이 남았던 대사",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 등 호스트가 정해놓은 미션을 수행해야 합니다. 디깅은 부담이 크진 않지만 콘텐츠를 보다 입체적으로 소비할 수 있게 하고, 참가자들에게 몰입감을 부여하는 장치입니다. 그동안의 모각작(밤샘작업)이 흥했던(?) 이유가 아마 여기에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모각은 '도시인의 거리감'을 지향합니다. 오프라인 모임을 해본 경험이 있다면, 아마 한번쯤은 과도하거나 불필요한 친목질, 깜빡이 없이 훅 들어오는 인간관계 등으로 부담을 느껴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모각의 모든 모임은 닉네임으로 진행됩니다. 꼭 필요하거나 본인이 스스로 밝히는 게 아니라면 참가자들의 나이나 출신 성분, 학력, 구체적인 직업 등은 공유되지 않습니다. 모각은 오로지 콘텐츠와 콘텐츠에 몰입하는 스스로에만 집중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모각영 모집글이 휴가 등으로 계획보다 1주일가량 늦어졌습니다. 지금까지 3일 각각 2~3명씩 신청한 상황입니다. 참가를 망설이고 있다면 그동안의 모각 참가자들 리뷰(프로필 링크 접속)를 보시길 권합니다.
이번 추석, 영화와 함께 어떠신가요?🫡
16일 모각박 : 5/5명
17일 모각왕 : 5/5명
18일 모각고 : 5/5명
- 원문: https://www.instagram.com/p/C_4vS9Sz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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