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實存
Jun 30, 2024

한 번 알아두면 평생 유식해보일 수 있는 단어를 하나 소개합니다. 평생입니다. 45초만 읽으면 됩니다.

바로 실존實存입니다.(읭..? 하더라도 한두 줄만 참아보시길 바랍니다)

실존주의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철학적 개념입니다. 쉽게 말해 지식인 사회에서 "대히트"를 친 베스트셀러입니다. 보통 이렇게 사용되곤 합니다. "친구, 나는 이번에 실존적 위기를 겪었어. 참 힘들었지." "자네, 실존적 선택을 하였구만!" "우리 인간은 실존적 존재야. 그걸 잊지 말아야 해." 같이 말입니다.

그렇다면 "실존"은 무엇일까요? 실존은 본질의 반대말로 기억하시면 됩니다.(딱 한 줄만 더..!)

본질은 원래 그런 것입니다. 의자의 본질은 사람이 앉도록 만들어진 것, 망치의 본질은 못을 박도록 만들어진 것입니다. 우리 주변의 거의 모든 것들은 태어날 때부터 쓰임새가 정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본질의 반대인 실존은 "세상에 원래 그런 것은 없어!"라는 태도를 말합니다.

이렇게 해석하면 됩니다.

"나, 이번에 실존의 위기를 겪었어."(나 이번에 그냥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할려고 했는데 엄청 고민되더라. 꽤 힘들었어.)

"자네, 그런 실존적 선택을 하다니, 참 대단하군!"(지맘대로 하면서 사는 게 쉽지 않은 건데, 님 좀 쩌는듯?)

잘 다니던 대기업을 퇴사하고 무작정 세계여행을 떠나며 인생의 의미를 재정립하는 것, 명문대 합격증을 휴지통에 던져버리고 자기만의 예술을 하겠다며 거리로 나서는 것, 그런 것들이 바로 실존적 선택입니다.

즉, 실존주의는 요즘 말로 번역하면 개썅마이웨이입니다.

여기에 장 폴 사르트르("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나, 알베르 까뮈("인간이란 죽는 것이다. 그러나 반항하면서 죽어야 하겠다.") 한 스푼 얹으면 어딜가서든 제법 유식해 보일 수 있습니다.

유락yoorak이라는 프로젝트에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보냈고, 그런 우려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쉽게 말해 "왜 사서 고생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다. 너 원래 잘하는 것 있지 않느냐. 올라와서 그거 해라."라는 것입니다. 일부는 자기일처럼 안타깝게, 일부는 한심하게까지 생각합니다.

그럴 때마다 실존에 대해 생각합니다. 세상에 원래 그런 것은 없습니다. 나중도 없습니다. 이 방법 말고는 별다른 것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이미 사라진 어떤 존재의, 자꾸만 희미해지고 뭉툭해지는 기억을, 안간힘을 쓰며 부여잡으려는 시도를 포기하고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유락yoorak은 그런 실존적 선택 위에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세상에 원래 그런 건 없습니다. 저희가 던지고 싶은 메시지입니다.

  • 원문: https://www.instagram.com/p/C80jhW8SS4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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