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각넷: 달은 가장 오래된 TV
Mar 02, 2025

백남준. 유락yoorak에 브라운관 텔레비젼과 3D 프린터로 만든 불상이 많은 이유, 다 이 사람 때문(?)입니다.

"유락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육체적인 피로도, 정신적인 괴로움도, 외로움도 아니었습니다."(2024년 5월28일 게시글)

위 글에 적어놨습니다만 다시 한 번 말씀드리면,

유락이란 프로젝트를 처음 기획할 때 "새로운 걸 만드는 데 집착하지 말자. 기존에 존재하는 것들을 어떻게 잘 조합하고 배치할 지만 고민하자. 거기에 어떻게 스토리를 담을지만 생각하자"고 다짐했던 게 바로 백남준의 대표작 <TV 부처>에서 얻은 인사이트 덕분이었습니다.

<TV부처>는 정면을 비추는 캠코더가 연결된 TV 앞에 돌부처상을 놓아 부처가 브라운관으로 자신의 얼굴을 보고 있는, 누구나 직관적으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몹시 단순한 구도를 가진 작품입니다.

이 단순한 작품이 보는 이로 하여금 상념에 빠지게 하고 묘한 느낌을 받게 하는 까닭은, 서로 상반되는 무언가를 한 공간에 배치함으로써 새로운 내러티브를 만들어냈기 때문일 겁니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존재가 (1970년대 당시) 세상에서 가장 현대적인 오브제를 통해 스스로의 얼굴을 직시하는 장면, 돌이라는 가장 오래된 물성이 디지털 신호로 전환되어 가장 최첨단의 감각을 가진 브라운관으로 송출된다는 내러티브는 어떤 면에선 시공간을 초월하는 느낌마저 선사합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대단한 점은 '새로움'이란 가치를 위해 무언가 새로운 것을 억지로 쥐어짜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돌부처상과 캠코더, 브라운관TV는 모두 이미 존재하는 것들입니다. 의도와 전략을 가지고 '재배치'함으로써 새로운 인사이트, 전혀 다른 의미를 창조해낸 셈입니다.

"달라야 살아남는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고, 특별한 새로움을 만든다는 게 쉬울 리 없습니다. 조급함에 길을 잃을 때마다 이 작품을 곱씹으며 "새로운 무언갈 만들려 하지 말자" 되뇌었습니다. 유락에 있는 불상과 브라운관 TV들은 말하자면 이 공간이 어떤 전략과 의도 위에서 만들어졌는지를 상징하는 오브제들인 셈입니다.

그런 면에서 백남준은 저에게 고마운 사람입니다. 이번 <모각넷 예술편>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2023)를 봅니다. 이 작품은 헐리웃 배우 스티븐 연이 제작과 내레이션을 맡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그가 본 백남준의 얼굴은 어땠을지, 또 어떤 새로운 내용이 담겨있을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8일, 토요일 밤입니다.

👀함께 볼 작품 :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2023)
- 키노라이츠 신호등 평점 90.63%
- 로튼토마토 90%
- IMDB 6.9

▪︎장소 : 유락(대구 중구 동인동3가 271-120) 주차가능
▪︎일시 : 3월8일 토요일 저녁 7시 ~ 10시30분 전후
▪︎참가비 : 25,000원(음료 및 간식 제공)
▪︎모집인원 : 최대 8명(최소 인원 4명)
▪︎신청방법 : DM

♣️모각넷은 모여서각자, 같은 넷플릭스 다큐를 보면서 호스트가 내준 오프라인 미션을 수행한 뒤 다함께 모여 미션 내용과 함께 각자의 생각을 공유하는 모임입니다.

♣️모든 참가자들은 넷플릭스를 구독한 상태로, 영상을 볼 수 있는 전자기기를 모임 장소로 가지고 와야 합니다.

  • 원문: https://www.instagram.com/p/DGr5xGnz1yB/

YOORAK_GALLERY:DGr5xGnz1yB_1.jpg
YOORAK_GALLERY:DGr5xGnz1yB_2.jpg
YOORAK_GALLERY:DGr5xGnz1yB_3.jpg
YOORAK_GALLERY:DGr5xGnz1yB_5.jpg
YOORAK_GALLERY:DGr5xGnz1yB_7.jpg
YOORAK_GALLERY:DGr5xGnz1yB_cover_4.jpg
YOORAK_GALLERY:DGr5xGnz1yB_cover_6.jpg
YOORAK_GALLERY:DGr5xGnz1yB_cover_8.jpg

  • No related notes yet.
Universe Discovery 우연한 사유와의 만남
Loading nodes...
Node Map 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