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락 X 에온드에온
Oct 25, 2024

살다보면 '어? 반짝거리네?' 싶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과거 함께 일했던 동료이자 보기 좋게 실패한 첫 실패공유회 호스트 D가 저에겐 그랬습니다. '스타트업이란 단어를 인간으로 만들면 이 사람이 짠 하고 나타나는 게 아닐까' 종종 생각하곤 했습니다.(사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서 일하다가 자기만의 비전을 쫓아 국내로 돌아왔습니다. 본인이 의식하지 못한 채 숨쉬듯 인사이트와 아이디어를 뱉어내는 그를 보면 '반짝거린다'는 표현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몇몇이 더 떠오릅니다.

신문사를 나오기 직전 함께 호흡을 맞춘 L. 해봐야 이제 2년차, 절대 못할 거라 생각하고 내준 과제(?)들을 척척 해오는 모습을 보며 항상 어딘가 어설프고 부족해보이던 후배들에 대한 생각이 '아, 이 친구들이 나보다 훨씬 뛰어나구나!' 180도 바뀌게 됩니다. 대구에 내려오기 직전 스타트업에서 함께 일한 개발자 G는 11살이라는 나이차가 무색하게 늘 인사이트와 영감을 주는 인물이었습니다. '안 하겠다' 극구 손사레 치는 그를 삼고초려하는 유비에 빙의해 끈질기게 설득해 결국 팀에 영입했던 건, 그에게서 어떤 반짝거림을 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꺼낸 건 '망글이' @wynter.inthewynter 때문입니다.

대구 기반 예술스타트업 <에온드에온>@aon.de.aeon 을 운영하고 있는 그를 볼 때면 어떤 기시감이 드는 기분입니다. 분명 예전 어디선가 본 듯한 반짝거림이 그에게는 있습니다. 물론 위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세련되거나 스마트해서는 아닙니다.

"우당탕탕."

오늘 오전 사장님들 모임에서 낭만젊음사랑의 나니가 망글이와 에온드에온의 키워드를 이렇게 뽑았습니다. 오늘도 그렇습니다. 지난주에 무단 결석을 해서 장문의 사과글을 올려놓고 또 지각, 머리는 봉두난발 맨발에 쪼리를 신고 177cm에 달하는 장신의 몸을 굽히고 연신 "죄송하다"면서도 "헤헤-" 웃으며 들어오는 그녀의 모습에 기가 차서 헛웃음이 나옵니다.

잘못봤나 싶긴 합니다. 뭔가 반짝이는 것 같긴 한데 어떤 포인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막연히 그녀가 가진 '다정함' 때문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볼 따름입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2021)라는 책이 있습니다. 지능이 아니라 의사소통 능력, 친화력이 호모사피엔스라는 종이 가진 최고의 무기라고 주장합니다. 늘 다른 사람들의 말투나 표현을 유심히 눈여겨보고, 자기가 잘못했다 싶으면 진정성 있게 사과할 줄 알며, 남들에게 늘 뭔가 한아름 안겨주려는 그녀의 태도가 남들과 다른 특별함을 만들어주는 것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에온드에온의 전속 아티스트 S.A의 그래픽 포스터들로 유락 1층에 포토월(?)이 생겼습니다. 일종의 협업이지만 의도한 건 아니었습니다. 시작은 지난 앙데팡당전에서 망글이가 버리려던 포스터들을 "안 쓰면 저 주세요!!" 하고 유락에 가져와 하나둘 벽에 붙였던 겁니다. 평소 여기가 포토존이야! 어때, 여기서 사진 찍으면 멋지겠지? 하는 건 정말 유치해!!.....가 지론이었지만, 해놓고 보니 썩 괜찮아 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반짝이는 걸 본다는 건 즐거운 일입니다. 에온드에온은 "영원의 영원"이라는 뜻입니다. 그런 아티스트 오브제를 만들어 우리 일상에 녹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회사입니다. "우리가 만든 건 싹 다 치워도 삶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웃으며 설명합니다. 하지만 그 무쓸모함이 우리의 삶을 더 가치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영원하게 만드는 열쇠라고 저는 믿습니다. 그것은, 유락이 가보려는 길이기도 합니다. '우당탕탕' 망글이와 에온드에온에 대한 탐구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 원문: https://www.instagram.com/p/DBidTwPTI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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