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데팡당전 종료
Oct 04, 2024

<프로젝트 비주류>에는 흥미로운(혹은 흥미로울 수 있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이렇게 매일 같이 지지고 볶고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고 어울려도 실상 서로를 잘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단 나이부터 그렇습니다. 한국사람한테 나이만큼 중요한 게 또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저희는 지난주에서야 서로의 정확한 나이를 알게 되었습니다. 서로의 정확한 이름 역시 이번 앙데팡당展 계좌이체 때문에 알게 됐습니다.

이들에게 저는 그저 '크리스'일 뿐입니다. 물론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분들의 배경이나, 이력, 나이 같은 건 고려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제가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한 개개인이 중요할 따름입니다. 다만 다른 조직과 차이가 있다면 서로에 대한 무한한 존중과 리스펙이 이 프로젝트에는 있다는 점일 겁니다.

"그래서 어제 전시, 성공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오늘 유락yoorak을 찾은 어느 작가분께서 이렇게 질문하셨습니다. 대답은 "그렇다" 입니다. 아니, "완전 대성공!"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람이 많이 몰렸기 때문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건 이 프로젝트의 구성원들과 무언가 "함께" 기획하고 "함께" 성공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번을 계기로 좌초될 위기에 놓여있던 프로젝트가 다시 한 번 추진력을 얻게 됐습니다.

며칠 전 과거 몸담았던 스타트업이 문을 닫는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이 닉네임 문화는 거기서 배운 것입니다. 여기는 말도 안 되게 으리으리하고 대단하기가 이를 데 없는 프로젝트여서 같이 일하는 팀원 중에는 업계에서 손꼽히는 시니어 개발자,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에서 여러 번 수상한 디자인 회사 대표, 전직 국회의원, 유명 데이터분석가, 카카오 부사장 출신 청와대 행정관 등등이 포진해 있었습니다.

나이가 아무리 많고 아무리 대단한 경력이 있어도 그 안에선 서로 '님'자도 붙이지 않고 닉네임만 써야 했습니다. 심지어 자금을 댄 유명 재벌 역시 그 안에서는 닉네임으로 부르고, 불렸습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실패했습니다. 폭삭 망했습니다. 그 이유가 겉으로만 그랬을 뿐 구성원들끼리 서로에 대한 존중과 리스펙 없이 다 "나만 맞다" "네가 틀렸다" 떠들었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물론 저는 가장 먼저 팀에서 나온 사람이라 그 이후 사정은 잘 모릅니다)

<프로젝트 비주류>가 작은 스타트업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교과서에서나 나올 법한, 이상적인 팀원상像이 모두 모였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1인분 이상씩 거뜬히 해냅니다. 능력도, 책임감도 탁월합니다. 자기 생각에 아닌 것 같으면 "아니"라고 단호하게 내뱉습니다. 그런 모습들이 이번 앙데팡당전에서 특히 두드러졌고, 그래서 이런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지휘자 없이도 착착 돌아가는 놀라운 일사분란함을 보며 '성공한 스타트업들은 다 이랬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앞으로 또 어떤 에피소드가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이 팀이 더 오래갈 수 있길 바랍니다.

  • 원문: https://www.instagram.com/p/DAsbRYRP6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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